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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의 기억

아나빔 2017. 3. 25. 01:48

"새로운 출발선에서 독일 주 헌법재판관 출신의 작가 베른하르트 슐링크가 20여 년 동안 탐구해 내놓은 책 '과거의 죄'에서 과거의 죄가 현재나 미래를 괴롭히지 않게 하기 위해 해야 할 일 중 하나로 '공동의 기억'을 꼽은 것에 주목하고 싶다. 나치, 역사와 정의 문제를 천착해온 그는 개인이 아니라 세대 전체가 지은 죄, 과거인 동시에 현재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 죄를 '과거의 죄'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집단적 '망각'을 경계했다. 기억은 피해자의 문화, 망각은 승자의 문화라는 그는 과거는 단순히 지난 일들이 아니라 한 사회가 망각과 기억을 조합해 구성한 조립품이기에 이 조립품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과거의 죄 처리 여부가 결정된다고 했다. 제대로 된 조립품을 만들어 이에 근거한 단죄는 물론 사회의 윤리적 의식, 도덕의식, 법의식과 시민 용기를 강화할 때 과거의 죄가 반복되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