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영화

그녀들에게 필요한 한 가지

아나빔 2015. 1. 27. 02:20
기독교세계관 학술동역회 산하 기독미디어아카데미(CMCA)에서는 기독교 세계관 및 영상 기획, 촬영, 편집을 교육하고 있다. 봄학기와 가을학기는 각각 4개월간의 교육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 강사진은 다양한 전공의 교수들과 10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전현직 PD들이다. 이론과 실습을 통해 미디어에 대한 기독교적 세계관 함양과 더불어 영상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 필자는 CMCA 2013년 봄학기 9기 출신이다.

지난 주 목요일 저녁 오랜만에 장PD님께 연락이 왔다. 11기가 졸업작품을 촬영하는데 배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건 기쁜 일이다. 기꺼운 마음으로 응했다.

촬영일정은 1월 23일 오전 8시 반에서 저녁 7시까지, 1월 24일 오전 8시에서 5시 반까지라고 알려왔다. 다음날 오전 8시까지 쌍문동에 있는 모 교회로 집합, 8시 반부터 촬영시작이란다. 그날 아침, 오전 7시 전에는 출발해야 하는데 알람 소리를 못듣고 계속 자는 바람에 1시간 반이나 늦었다. 해이한 마음가짐 때문에 지각이 습관이 된지 오래다.

9시 20분, 11기 작가가 알려줬던 쌍문동 높은뜻정의교회 정의마루(HS빌딩)에 드디어 도착했다. 3층에 내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홍간사님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늦어서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인사를 드리고 다른 배우분들과 같이 대기했다. 한동안 낯선 환경과 분위기에 적응을 못했었다.

이윽고 다른 배우분들과 촬영현장에 투입됐다. 얼마만에 연기를 하는지... 거의 10년만이었다. 게다가 카메라 앞이라 아무래도 긴장도 되고 부담스럽기도 하고. 우리 기수는 DSLR로 촬영했는데 이 조는 촬영장비가 장난이 아니다. 지미집이랑 붐마이크도 구비했다. 패션센스가 남다르신 추감독님, 시크한 작가님, 묵묵히 촬영하는 카메라 감독님. 뭔가 부산스러워 보이기도 했지만 열정이 넘치는 팀원들과 배우들때문에 현장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고나 할까? 무슨 일을 하는 분들인지 무척 궁금했지만 촬영 내내 자기 파트에서 최선을 다하느라 그런 얘기 나눌만한 여유도 없었다.

첫날, 나는 저녁 7시쯤 촬영을 마치고 급하게 교회로 출근했다. 그날 마지막 scene은 흥만의 기타반주와 노래에 맞춰 여배우들이 발레 비슷한 춤을 추는 장면이었다. 이 영화의 장르는... 코메디이구나. 그날 촬영을 다 마치고 나서야 감이 오더라는...

( 9시 금요기도회 인도를 해야해서 1시간 전에는 교회에 도착해서 준비를 마쳐야 하는데 8시 반이 넘어서 도착하게 생겼다. 다음주부터는 양지로 통학을 해야하는데 내가 지금 뭐하는 거지? 가슴 졸이며 교회에 도착해서는 무사히 기도회를 마치고 집에 오니 12시 반. )

다음날 아침, 무거운 몸을 이끌고 잠이 덜 깬 상태로 의상이랑 구두 몇 켤레를 챙겨 헐레벌떡 튀어나갔다. 촬영은 9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시작됐다. 어제 미처 촬영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한 촬영을 마친 후, 흥만을 차지하기 위한 언니들의 처절한 몸부림이 시작됐다.


여배우 보호 차원에서 사진을 올리지는 못하겠다. 배배우님, 그 캐릭터에 적합한 분장으로 모두에게 큰 기쁨 주셨다.

이틀을 함께 지내면서 배우 배단희와 배우 박미리에게 홀딱 반했다. 어떤 꿈에 자신을 투신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필자 역시 경제적인 문제를 포함한 불안정한 생활을 버틸 자신이 없어서 일찌감치 배우의 꿈을 접은 바 있다. 단희는 집이 부천이라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왔다고 한다.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감을 유지하기 위해 출연료 한 푼 받지 않고도 이렇게 가끔씩 단편영화를 찍으러 다닌다는 것이다.

"그래, 내가 돈 벌려고 연기한 게 아니지. 연기하고 싶어서 연기한거지."

나는 가볍게 생각하고 대사분석은 커녕 대사암기도 하지 않았다. 제 시간에 맞춰 오지도 않았다. 마음가짐 자체가 다르다. 두 배우의 꿈에 대한 열정 앞에 나는 부끄러워 고개도 들지 못했다.

요즘 열정페이라는 단어가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다. 꿈과 열정을 펼치게 해준다는 구실로 청년층에게 낮은 임금을 주는 행태를 비꼬는 말이라고 한다. 영화계를 비롯한 예술계에도 이런 관행이 팽배한 것이 사실이다. 두 배우가 실전 현장에서 부딪히는 현실 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열정페이가 투영하는 현실을 바라보면 씁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에 대한 간절함과 열망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두 배우의 청춘은 아름답다. 두 사람의 앞 길을 축복한다. 배우 배단희와 배우 박미리 뿐 아니라 함께 작업했던 11기 5조원분들 역시 마찬가지다. 각자 삶의 현장에서 자기 십자가를 지고 하나님의 나라를 구현해나가는 사람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어 행복했다.


기독미디어아카데미가 2015년 1월 30일 저녁 7시 반에 이대 후문 필름포럼 1관에서 11기 졸업작품 시사회를 한다.

"그녀들에게 필요한 한 가지"도 기대해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