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훈, 『브랜드 인문학』
1. 신간소개: 『브랜드 인문학』
"어떤 브랜드에 대한 끊임없는 욕망이 자신의 정체성과 맞닿아 있다." 특정 브랜드와의 접속은 수많은 브랜드(감각 자극)들 가운데 선택(욕망)이 이뤄진 결과이기 때문에, 브랜드는 그 자극이 깨우는 자신의 과거뿐 아니라 현재의 정체성과도 관련이 있다.
접속과 배치를 통해 특정 방향으로 향하던 '욕망'이 몸에 배면 취향이 된다. 이때의 욕망을 들뢰즈와 가타리는 '기계적 욕망'이라 불렀다. 브랜드에 대한 욕망도 그와 같다. 우리 손이 운전대와 접속하면 운전하는 손이 되고 지휘봉을 잡으면 지휘하는 손이 되지만, 다른 사람의 손과 접속하면 악수하는 손이 된다. 운전자인지 지휘자인지, 아니면 친구인지 하는 정체성은 내 손 자체에 있지 않고 접속과 배치를 통해 확립된다. 그때 무엇과 접속하고 싶은지는 전적으로 나를 자극하는 대상과 내 욕망의 문제다.
─ 김동훈, 『브랜드 인문학』
2. 저자소개: 김동훈
고전학자 김동훈은 서울대학교 서양고전학협동과정에서 희랍과 로마 문학 및 로마 수사학을 공부했고, 현재 고려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플라톤과 키케로를 연구하고 있다. 총신대학교 강사를 지냈으며, 대학에서 라틴어를 가르쳤고, 푸른역사아카데미에서 '서고원'(서양사 고전 원강)을 지도했다. 어렵게만 보이는 철학과 고전이야말로 우리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라는 믿음, 깊이 있는 독서만이 창의력을 꽃피운다는 신념을 글로 실천하고 있는 인문학자다.
네이버 오디오클립 인문 분야 화제의 방송이었던 '별별명언'을 진행했으며, 철학적 배경과 문학적 설명을 보강하여 『별별명언: 서양 고전을 관통하는 21개 핵심 사유』를 출간했다. 『몸젠의 로마사』, 장 보댕의 『국가에 관한 6권의 책』에서 희랍어, 라틴어, 히브리어 텍스트를 번역했고, 그리고 '세계시인선'에서 히브리어 및 라틴어 원문인 『욥의 노래』를 번역하였다.
출처: 민음사, "잠재된 표현 욕망을 깨우는 감각 수업" 『브랜드 인문학』. 민음사 공식 블로그, 2018년 9월 14일,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minumworld&logNo=221358797606&proxyReferer=http%3A%2F%2Fm.facebook.com.
3. 기대평
『브랜드 인문학』은 문화적 현상을 통해 동시대 문화의 깊은 차원을 이해하려는 노력의 산물이다. 인간의 모든 가치와 행동은 신념을 반영하며, 그 신념의 기저에는 어김없이 세계관이 있다. 고전학자 김동훈은 특정 브랜드와의 접속이 욕망의 결과이며, 그 욕망은 자신의 정체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지적한다. 그는 우리가 어떤 감각에 자극받아 무엇을 욕망하게 되었는지 성찰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 자신의 정체성과 욕구 불만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의 욕망 속에 우리의 인간다움을 규명하는 세계관이 숨어있다는 것이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단어의 조합이 본서의 제목이 된 까닭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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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고전학자 또는 인문학자로 대중 앞에 서긴 했지만, 필자와 몇몇 지인들이 아는 저자의 독특한 이력을 미루어 볼 때 그의 메시지 속에는 인문학적 성찰과 더불어 기독교의 가르침 역시 은밀하게 감추어져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가 주창하는 인문학에는 언제나 구속의 은혜로 회복되어야 할 '인간다움(하나님의 형상)'에 대한 고민이 녹아 있었던 까닭이다. 그는 경계 밖으로 나아가 평범한 사람들에게, 평범한 언어로, 평범한 진리를 전하는 길을 선택한 것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브랜드 인문학』은 내게 성도로 이 땅을 살아가는 한 고전학자의 섬세하고 치밀한 상황화의 산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