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의 편린

모교 방문기

아나빔 2013. 9. 19. 21:57
7년 만에 찾아간 살레시오여고 교정입니다. 뜨거운 여름 내내 구슬땀 흘리며 연습하던 강당, 촛불행렬하던 잔디밭, 도서관 입구, 수녀원, 오라토리오실, 성당 뒷길, 벚꽃 흐드러지게피던 뒤뜰, 학교 앞 참스민~ 모든게 그대로입니다.

어떻게 오셨냐며 묻는 경비아저씨에게 졸업생이라고 말씀드리고 한바퀴 돌아보았습니다. 마침 수녀원에서 나오시는 교장 수녀님을 보고 우리 경비 아저씨, 경비실 앞에서 교장 수녀님(현월심 수녀님)이시라며 몇 번을 소리치시더라구요. 졸업생이라고 인사드린 후 도서관 앞에서 수녀님과 몇마디 나누었습니다. 여고시절 이야기, 요즘 사는 이야기 들어주시며 차 한 잔하고 가라시는데 멋쩍어 마다했습니다.

굳게 잠긴 강당 문 앞에 서서 한참을 들여다보며 우리 울고웃던 그때를 떠올려보았습니다. 대회에 나갈 때마다 기도해주시던 류경희 교장 수녀님 그립습니다. 방학 때 연습하고 있으면 수녀원에서 수녀님들이 더위 식히라며 포도며 수박이며 아낌없이 갖다주곤 하셨는데...

신길동 살레시오 수녀원에서 직접 구워주셨던 쿠키와 따뜻한 우유 한 잔 지금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아~ 학교가 너무 썰렁합니다. 후배들도, 이희규 선생님도, 박광철 선생님도, 송영철 선생님도, 나복남 선생님도 안계시네요. 내년 스승의 날에는 꼭 인사드리러 가야겠다고 다짐하고 돌아오는 길입니다.

경비 아저씨와 한참을 얘기나누다 아저씨 잠깐 자리 비운 새, 바로 앞 편의점에서 커피 한 캔 사다가 경비실에 놓고 나왔습니다. 그 근처를 한참 둘러보다가 정문을 지나 내려오는 길이었습니다. 우리 경비 아저씨 커피 고맙다며 크게 손 흔들며 인사해주시더군요. 문득 우리 여고시절, 선글라스를 즐겨 쓰시던 멋쟁이 경비 아저씨 생각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