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의 편린

스승의 날

아나빔 2015. 5. 15. 23:06
사랑하고 존경하는 이희규 선생님께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현애예요. 스승의 날이면 항상 선생님 생각이 먼저 나요. 저번에 말씀은 못드렸지만 연하이실에 있던 선생님 증명사진을 지갑 속에 넣고 다녔어요. 이제 10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선생님 사진 보면서 선생님께 부끄러운 제자 되지 말자고 늘 다짐했거든요.

저는 북한 어린이에 관심이 많아서 그쪽 일을 하려고 올해 신학대학원에 진학했어요. 교회에서 아이들 가르치고 선교단체에서 북한 어린이팀으로 일하고 있어요. 선교단체 통해서 아동극도 써보고 애들 교재도 만들면서 지내요. 앞으로 어떤 길을 가게 될 지 모르겠지만 하루하루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어요.

자주 찾아뵙지 못해 무척 죄송스러워요. 기회 닿는대로 인사드리러 가겠습니다. 늘 평안하시고 강건하세요.

현애 올림


이렇게 소식 준 것, 하나만으로도 나는 이미 행복하다.
신학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눈은 우주를 닮았을 것이다. 그래서 가난하고 소외된 아이들에게까지 따뜻하고 고운 시선을 소유하게 되었겠지?

현애의 성실하고 열정적인 노력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차분한 성격에 리더쉽도 있었지?

아름다운 학창시절이 펼쳐진 살레시오 여고는 내게는 아름다운 교직생활의 공간이었다. 그것도 연극을 접하며 지냈던 황홀한 시간!

고맙다.
잊혀지는 게 지극히 정상인 자연 속에서 10년이 넘도록 기억해줘서.
내놓을 것 없는 나는 그저 부끄럽기만 한데, 연하이 아이들은 행복으로 여고시절을 반추하는구나.

열심히 살아가자!
정 나누며,
그리고 보다 다사롭게,
그리고더 아름답게,
주어진 우리 삶을 보람되이 엮어가자꾸나.

광주는 봄비가 곱게 내리고 있다.
스승의 날이 한참을 기울었구나!

고맙고 고맙고 고맙다!

건강하렴, 현애야!


오늘은 스승의 날인데 선생님의 따뜻한 답장에 도리어 제자가 눈물을 왈칵 쏟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