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역일지/H
사랑하는 아이야 네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너는 모를거야
아나빔
2015. 7. 18. 23:58
금요일 저녁이었다, 해인에게 연락이 온 건. 내일 열리는 피아노 콩쿠르 시간과 장소가 담긴 문자가 도착했다. 나중에 어머니께 전해들은 이야기이지만 스마트폰으로 문자를 입력하는 것이 서툴었던 아이는 한참을 끙끙대다 어머니께 부탁드렸다고 했다.
"전도사님 콩쿠르에 오실거에요? 바쁘시면 안오셔도 되요(맞춤법 틀린 부분이 있긴 하지만 아이가 보낸 문자를 그대로 실었다)."
콩쿠르 한달 전쯤 해인이가 물었다.
"전도사님 저번에 토요일에 했던 혜인이 연주회 가셨어요?"
"응. 해인아. 전도사님도 갔지."
"거기에 목사님이랑 사모님도 오셨어요?"
"응. 목사님이랑 사모님도 오셨어."
"전도사님 그런데 7월 달에는 뭐하세요?"
"왜?"
"토요일에는 무슨 일 있으세요?"
"토요일에는 바쁜 일 없을 것 같은데, 왜?"
"저 콩쿠르 하는데 전도사님 오실래요?"
"정말? 우리 해인이 콩쿠르에 참가하면 당연히 가야지~"
"진짜요? 약속했어요!"
해인이가 매주 주일마다 콩쿠르 곡 연습하면서 전도사님 꼭 오셔야 한다고 노래를 부른지도 한달이 훌쩍 넘었다. 바쁘시면 안 오셔도 된다는 문자에 묻어나는 수줍은 마음이 얼마나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웠는지 모른다. 사실 콩쿠르 바로 전날 저녁에 연락이 와서 갑작스럽긴 했다. 콩쿠르 날짜가 늦게 나온 것인지 아니면 아이가 늦게 전해 받은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아이가 듣고도 기억하지 못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 주 주일만 하더라도 아이는 콩쿠르 날짜가 아직 안 나와서 모른다고 했었다. 주중에 알아보고 문자나 카톡으로 연락달라고 했었는데 아이가 잊지 않고 금요일 저녁에 문자를 보낸 것이다.
" 서울시 송파구 방이동 88-20 송파구 위례성대로 71 한성백제박물관 연주시간 오전 10시 50분"
"지하철 이용시 지하철 8호선 몽촌토성역 1번 출구, 5호선 올림픽공원역 3번 출구"
"토요일"
문자를 늦게 확인하는 바람에 밤 11시가 넘어서야 연락을 드렸다.
"...내일은 해인이 콩쿨이 제일 중요한 일정이에요.^^ 평안한 밤 보내시고 내일 뵙겠습니다.^^"
그날 밤, 김천에서 금요일 오후에 올라온 터라 조금 지쳐 있기도 했지만 바쁘시면 안오셔도 된다는 아이의 말에 피식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 꽃다발을 한아름 안고 아이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문득 여고시절 유리동물원 공연을 보러 와주셨던 세 분 선생님 얼굴이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갔다. 참고로 연극하는 걸 반대하셨던 부모님은 내가 출연하는 연극을 한 번도 보러 오신 적이 없으시다. 사실 박수갈채를 받고 무대를 내려오면 안도감과 함께 동시에 공허함이 밀려온다. 그때 꽃다발과 함께 축하인사를 건네주는 사람은 그 존재 자체가 선물이나 다름없다. 마치 '무대 뒤 네 수고와 노력을 내가 보았어.'라고 다독이는 것 같다고나 할까. 그 날 이후 세 분 선생님에 대한 신뢰가 두터워졌던 것 같다.
그 중에서도 고등부 담임 선생님이셨던 김순임 선생님께서 매우 각별하게 챙겨주셨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수상소식을 듣고 내 일처럼 기뻐하며 축하해주셨던 분도 그 분이시다. 훗날 다시 연극을 하겠다는 제자에게 선뜻 장학금 20만원을 부쳐주신 분도 김순임 선생님이시다. 당시 선생님의 따뜻한 말 한 마디가 큰 힘과 위로가 되었다. 치기에 가득차 어디로 튈 지 모를 나를 잡아준 몇 안되는 구심점 중 하나는 김순임 선생님이셨다.
"현애야, 무대에 있는 너를 보면서 조수미가 떠올라서 내내 설렜어. 네 재능을 분명 귀한 일에 쓰실거야."
아이에게 선생님처럼 울타리 같은 어른이 돼주고 싶다. 아이가 헌인주일학교를 통해 넘치는 사랑을 경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직 아이는 아이구나, 짜식 귀엽긴.'
작년 여름에 처음 만난 해인이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힘든 기색이 역력했다.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도 서툴었다. 아이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환경 적응이 조금 느린 편이었다. 잔뜩 주눅든 아이를 볼 때마다 안쓰러운 마음에 속이 상했다. 다가가서 안아주고 사심없이 믿어주고 기다려주기를 반복했다. 아이는 어느새 보란듯이 예쁜 날개를 펴고 창공을 날기 시작했다. 오늘은 그런 아이가 먼저 손내밀어 준 날이다. 아이야! 느려도 괜찮아, 멈추지만 않는다면. 너는 충분히 사랑스러운 존재야!
"전도사님 콩쿠르에 오실거에요? 바쁘시면 안오셔도 되요(맞춤법 틀린 부분이 있긴 하지만 아이가 보낸 문자를 그대로 실었다)."
콩쿠르 한달 전쯤 해인이가 물었다.
"전도사님 저번에 토요일에 했던 혜인이 연주회 가셨어요?"
"응. 해인아. 전도사님도 갔지."
"거기에 목사님이랑 사모님도 오셨어요?"
"응. 목사님이랑 사모님도 오셨어."
"전도사님 그런데 7월 달에는 뭐하세요?"
"왜?"
"토요일에는 무슨 일 있으세요?"
"토요일에는 바쁜 일 없을 것 같은데, 왜?"
"저 콩쿠르 하는데 전도사님 오실래요?"
"정말? 우리 해인이 콩쿠르에 참가하면 당연히 가야지~"
"진짜요? 약속했어요!"
해인이가 매주 주일마다 콩쿠르 곡 연습하면서 전도사님 꼭 오셔야 한다고 노래를 부른지도 한달이 훌쩍 넘었다. 바쁘시면 안 오셔도 된다는 문자에 묻어나는 수줍은 마음이 얼마나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웠는지 모른다. 사실 콩쿠르 바로 전날 저녁에 연락이 와서 갑작스럽긴 했다. 콩쿠르 날짜가 늦게 나온 것인지 아니면 아이가 늦게 전해 받은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아이가 듣고도 기억하지 못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 주 주일만 하더라도 아이는 콩쿠르 날짜가 아직 안 나와서 모른다고 했었다. 주중에 알아보고 문자나 카톡으로 연락달라고 했었는데 아이가 잊지 않고 금요일 저녁에 문자를 보낸 것이다.
" 서울시 송파구 방이동 88-20 송파구 위례성대로 71 한성백제박물관 연주시간 오전 10시 50분"
"지하철 이용시 지하철 8호선 몽촌토성역 1번 출구, 5호선 올림픽공원역 3번 출구"
"토요일"
문자를 늦게 확인하는 바람에 밤 11시가 넘어서야 연락을 드렸다.
"...내일은 해인이 콩쿨이 제일 중요한 일정이에요.^^ 평안한 밤 보내시고 내일 뵙겠습니다.^^"
그날 밤, 김천에서 금요일 오후에 올라온 터라 조금 지쳐 있기도 했지만 바쁘시면 안오셔도 된다는 아이의 말에 피식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 꽃다발을 한아름 안고 아이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문득 여고시절 유리동물원 공연을 보러 와주셨던 세 분 선생님 얼굴이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갔다. 참고로 연극하는 걸 반대하셨던 부모님은 내가 출연하는 연극을 한 번도 보러 오신 적이 없으시다. 사실 박수갈채를 받고 무대를 내려오면 안도감과 함께 동시에 공허함이 밀려온다. 그때 꽃다발과 함께 축하인사를 건네주는 사람은 그 존재 자체가 선물이나 다름없다. 마치 '무대 뒤 네 수고와 노력을 내가 보았어.'라고 다독이는 것 같다고나 할까. 그 날 이후 세 분 선생님에 대한 신뢰가 두터워졌던 것 같다.
그 중에서도 고등부 담임 선생님이셨던 김순임 선생님께서 매우 각별하게 챙겨주셨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수상소식을 듣고 내 일처럼 기뻐하며 축하해주셨던 분도 그 분이시다. 훗날 다시 연극을 하겠다는 제자에게 선뜻 장학금 20만원을 부쳐주신 분도 김순임 선생님이시다. 당시 선생님의 따뜻한 말 한 마디가 큰 힘과 위로가 되었다. 치기에 가득차 어디로 튈 지 모를 나를 잡아준 몇 안되는 구심점 중 하나는 김순임 선생님이셨다.
"현애야, 무대에 있는 너를 보면서 조수미가 떠올라서 내내 설렜어. 네 재능을 분명 귀한 일에 쓰실거야."
아이에게 선생님처럼 울타리 같은 어른이 돼주고 싶다. 아이가 헌인주일학교를 통해 넘치는 사랑을 경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직 아이는 아이구나, 짜식 귀엽긴.'
작년 여름에 처음 만난 해인이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힘든 기색이 역력했다.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도 서툴었다. 아이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환경 적응이 조금 느린 편이었다. 잔뜩 주눅든 아이를 볼 때마다 안쓰러운 마음에 속이 상했다. 다가가서 안아주고 사심없이 믿어주고 기다려주기를 반복했다. 아이는 어느새 보란듯이 예쁜 날개를 펴고 창공을 날기 시작했다. 오늘은 그런 아이가 먼저 손내밀어 준 날이다. 아이야! 느려도 괜찮아, 멈추지만 않는다면. 너는 충분히 사랑스러운 존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