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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우, '폭풍 속에 나타난 주님은'(<너는 어찌 여기 있느냐> 중에서)

아나빔 2019. 7. 2. 22:19

​시적 정의(poetic justice)​란 ​원래 시의 한 행이나 한 편에서 완벽한 대구와 운율과 명암과 기승전결이 구현된 것을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문학이나 드라마의 마지막 부분에서 등장인물들에게 완전한 정의가 실현된 것을 의미하게 되었다. 이리하여 우리의 인생에서도 완벽한 사필귀정이 이루어질 때 시적 정의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에 반하여 시적 자유(poetic licence)란 시의 예술적 효과를 높이기 위하여 기존하고 있는 어투, 문법, 형식을 벗어나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야기와 드라마나 인생에서 예상을 벗어난 자유로운 표현이나 결말을 의미하게 되었다. 한시(漢詩)의 두 거성인 두보와 이백을 일반화시켜 본다면, 두보는 시적 정의에 충실한 시인이지만, 이백은 시적 자유를 호방하게 표현한 시인이었다. 동양의 종교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유가는 시적 정의를, 도가와 불가는 시적 자유를 추구한다. 서양종교에 있어서 유대교와 이슬람은 시적 정의를, 기독교는 시적 자유에 더 큰 헌신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성서적 관점에서 보자면, 욥의 친구들은 시적 정의에 근거한 인과응보적 시적 정의의 사도들이었으며, 욥은 시적 정의의 회의자가 되었는데, ​폭풍 속에 나타난 주님은 시적 자유에 근거하여 자신의 정의를 옹호하셨다.

- 김정우, <너는 어찌 여기 있느냐>, 너는 어찌 여기 있느냐, 시내산에서 나타난 하나님의 신현과 말씀, 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