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환기

20.05.22. C 팀장님의 매력 포인트를 어쩌다 발견해버렸다

아나빔 2020. 5. 23. 23:11

 

3층 팀장님들을 남겨둔 채 점심 행렬에 조용히 동참하려 경의선숲길을 걷던 내게 오래지 않아 동행자가 생겼다. 걸음이 빠른 C 팀장님의 추격을 받은 것인데 우리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확신에 차서 프랑스 포차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른 사람들 어디로 갔는지 알아요?"
"아니요. 몰라요. 그냥 프랑스 포차로 가보는 길이에요."
"아마 프랑스 포차에 있을 거예요."

이게 웬열? 기대했던 일행은 온 데 간 데 없고 테이블은 여유롭게 비어 있었다. 몇 사람이냐고 묻는 친숙한 얼굴의 종업원에게 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해맑게 두 명이라고 외친 순간!

"(다소 다급하게) 자... 잠깐만요!"

입구에 멈춰 서 있던 C 팀장님은 자연스러운듯 부자연스럽게 당황한 기색을 감추며 몸을 돌렸다.

"다른 분들 어디로 갔는지 물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제가 핸드폰을 두고 와서 그런데 한번 물어봐 줄래요?"
"팀장님, 다른 분들은 동진시장 쪽으로 갔다고 해요. 그러면 저희도 그쪽으로 갈까요?"

앞선 일행들은 동진시장에서 헤매는 중이라고 했다. 우리도 거기 합류하기로 했다. 앞장서 걷는 팀장님 뒤를 졸래졸래 따라가는데 걸음이 어찌나 빠르시던지 (들키진 않았지만) 숨 찰 뻔했다.

목적지로 이동하는 동안 팀장님은 고증을 겻들여 가며 곳곳에 숨은 연남동 맛집을 소개해 주셨다. 오랫동안 다져온 내공을 발산하는 수도승같았다. 본인 입으로 평소에는 말이 없다 했던 팀장님은 오디오가 비는 순간이 없었다. 누가 내향적인 사람은 말이 별로 없다 했는가.

"저희 동진시장 도착했어요. 어디로 가셨어요?"
"아, 네! 저희 여너로따 왔어요."

"여너로따?"
"아니요. 연어로따요."
"연어로따요?"
"(웃음소리) 아니요. 제가 카톡으로 보낼게요."

일행이 착석했다는 식당 부근에 다다라서는 휴대폰으로 맵을 열어 목적지를 확인했는데 길을 찾을 자신이 없던 나는 팀장님께 휴대폰을 넘겨 드렸다.

"여기라고 하는데 제가 길치라서 지도를 보고도 잘 못 찾겠어요."
"저는 길치는 아니에요. 그럼 제가 볼게요. 휴대폰을 저한테 주실래요?"

잠시 후,

"그래도 길치라고 솔직히 말해서 다행이에요. 나는 절대 길치가 아니라고 말하는 길치가 있는데 그러면 답이 없어요. 꼭 우리 와이프가 그래요(사모님 의문의 1패)."

알 듯 말 듯 한 묘한 매력이 있으시다. 너무 진지해서 심지어 재밌기까지 하다. 2층에서는 C 팀장님 재채기만 해도 다들 까르르 웃는다던 차희 씨의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