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5.10. Sonniger Samstag
12:30
그가 없는 일상이 평온하다. 비로소 온전하다는 느낌이 든다. 관계가 어떻게 시작됐는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지도 모른다. 결국 마지막 모습으로 기억되니까.
K는 내게 어떤 사람이었냐고? 나를 기만한 사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 시절 분명했을 다정함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그런 건 이제 중요하지도 궁금하지도 않다. 그건 그 사람의 순간적인 감정일 뿐 나와는 무관하다. 어쩌면 그는 내가 아니라 나를 사랑하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럼 K에게 나는 어떤 사람이었냐고? 그건 알 수 없다. 오롯이 그의 영역이다. 분명한 건 우리는 서로에게 이미 지난 인연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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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기제가 너무 강한 사람에게선 매력을 느끼기 어렵다. 나는 상처받을 용기가 없어 웅크리고 있으니 네가 물을 주고 양분을 주고 싹이 돋고 꽃이 필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건가? 자존심만 세고 수동적인 사람에게는 솔직히 전혀 끌리지 않는다.
15:00
의미의 전이(감정에서 행동으로) 또는 의미의 확대
독일어 verzweifeln은 “절망하다”라는 뜻을 가진 자동사다. 이 동사의 과거분사 verzweifelt는 원래는 ‘절망한’ 상태를 의미하지만, 형용사로 사용되면서 “절망적인” 혹은 “필사적인”이라는 뜻을 내포하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 형용사화된 분사가 서로 상반되는 것처럼 보이는 두 의미—내면의 상태(절망적인)와 행동의 양상(필사적인)—를 모두 담고 있다는 것이다.
“절망적인”은 희망이 없는 상태,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내면의 심리 상태를 묘사한다. 반면 “필사적인”은 그러한 절망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황을 바꾸려는 극단적 행동을 의미한다.
이는 절망이라는 감정이 외부로 표출될 때 종종 필사적인 행동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해서 verzweifelt는 절망이라는 내면의 정서에서 출발해 절박함과 처절함이 드러나는 외적 태도까지 포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