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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현번역4

디트리히 본회퍼, '그리스도인이 세상 사람들을 공격했다'(<나를 따르라> 중에서) 루터는 수도사였다. 그는 모든 것을 버리고 완전한 복종 속에서 그리스도를 따르려고 했다. 그는 세상을 버리고 기독교도의 일을 시작했다. 그는 그리스도와 그분의 교회에 대한 복종을 배웠다. 복종하는 사람만이 믿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루터는 수도사가 되라는 부름을 받자마자 자기의 인생 전부를 걸었다. 하지만 루터와 그의 길은 하나님 자신 때문에 실패하고 말았다. 하나님은 성서를 통해 그에게 다음의 사실을 알려 주셨다. 이를테면 예수를 따르는 것은 몇몇 사람의 칭찬할 만한 특별한 업적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내리신 명령이라는 것이다. 수도원에서는 예수를 따르는 겸손한 행위가 성인들의 칭찬할 만한 행위로 변질하였고, 따르는 자의 자기부정은 경건한 자들의 최종적이고 영적인 .. 2021. 2. 17.
디트리히 본회퍼, '성속 이분법의 위험성'(<나를 따르라> 중에서) 수도원 제도는 기독교의 세속화에 맞서고, 은혜를 값싼 것으로 만드는 것에 맞서는 생생한 저항이 되었다. 그러나 교회는 이 저항을 참아 줌으로써 이 저항이 결정적으로 폭발하지 못하게 하고, 오히려 그것을 상대화했다. 실로 교회는 이로부터 자신의 세속화된 생활을 정당화할 길을 얻었다. 왜냐하면, 수도원 생활은 이제 소수의 사람이 수행하는 별난 행위, 곧 대다수 교인이 의무로 짊어지지 않아도 되는 행위가 되었기 때문이다. 예수께서 내리신 명령의 유효성을 위험천만하게도 특별한 자격을 갖춘 사람들의 특정한 집단에 국한함으로써 그리스도인들에게 부과된 복종의 행위를 가장 높은 수준과 가장 낮은 수준으로 구분하는 일이 빚어졌다. (중략) 하지만 수도원 제도가―예수의 말뜻을 내용상 오해하여―예수를 엄격히 따르는 은혜의 .. 2021. 2. 17.
디트리히 본회퍼, '값비싼 은혜'(<나를 따르라> 중에서) 값비싼 은혜는 밭에 숨겨진 보화다. 사람은 그 보화를 얻으려고 가서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기꺼이 팔아서 그 밭을 산다. 값비싼 은혜는 귀중한 진주다. 상인은 자기의 모든 상품을 값으로 내어 주고 그 진주를 산다. 값비싼 은혜는 그리스도의 왕권이다. 사람은 그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자기를 넘어지게 하는 눈까지 뽑아 버린다. 값비싼 은혜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르심이다. 이 부르심을 받은 제자는 그물을 버리고 그분을 따른다. 값비싼 은혜는 우리가 되풀이해서 찾아야 할 복음, 우리가 구해야 할 은사, 우리가 두드려야 할 문이다. 은혜가 값비싼 것은 따르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그것이 은혜인 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은혜가 값비싼 것은 사람에게 목숨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은혜인 것은 사.. 2021. 2. 17.
디트리히 본회퍼, '값싼 은혜'(<나를 따르라> 중에서) 값싼 은혜는 우리 교회의 숙적이다. 오늘 우리의 투쟁의 값비싼 은혜를 얻기 위한 투쟁이다. 값싼 은혜란 투매 상품인 은혜, 헐값에 팔리는 용서, 헐값에 팔리는 위로, 헐값에 팔리는 성찬, 교회의 무진장한 저장고에서 무분별한 손으로 거침없이 무한정 쏟아내는 은혜, 대가나 희생을 전혀 요구하지 않는 은혜를 의미한다. 언제든지 쓸 수 있도록 미리 계산을 치렀으니 선급한 계산서를 토대로 무엇이나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은혜의 본질이고, 미리 지급한 대가가 무한히 큰 까닭에 사용 가능성과 낭비 가능성도 무한히 크며, 은혜가 값싸지 않다면 그것이 어찌 은혜이겠냐는 것이다. 값싼 은혜는 교리, 원리, 체계로 통칭하는 은혜, 보편적인 진리로 통칭하는 죄의 용서, 기독교의 하나님 관념으로 통칭하는 하나님의 사랑이다... 2021. 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