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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영화

겨울왕국 Frozen, 감정의 전원을 차단해버린 사람들

by 아나빔 2014. 1. 29.

라틴어 수업 마치고 래래향에서 김동훈선생님, 지은언니, 재덕오빠와 짜장면 먹으며 나눴던 얘기이기도 하다. 직장의 신(원제 만능사원 오오마에) 미스 김, 그 겨울 바람이 분다(원제 사랑 따윈 필요없어, 여름) 오영, 수상한 가정부(원제 가정부미타) 복녀, 로필3 신주연 등등 최근 한국에서 방영된 드라마 여주인공을 보면 상처받지 않기 위해 감정의 문을 철저하게 봉쇄한 사람들이 많다. 이와 비슷하게 9C 이전 기독교는 철저하게 감정을 통제했다. 특히 슬픔의 배출구가 없었다고 한다. 9C 이후 Mater Dolorosa의 등장은 이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성모 마리아는 슬픔이라는 감정의 합법적 배출구 역할을 했던 것이다. 어쩌면 이 시대는 인간으로 하여금 감정통제에 능숙한 기계되기를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서비스직 종사자들의 가면우울증이 대두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남 이야기 같은가? 아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스스로 감정의 전원을 차단해버린 사람들, 바로 우리 자신에 대한 이야기이다.
 


최근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겨울왕국 역시 이런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본다. 모든 걸 얼려버리는 마법을 갖고 태어난 엘사에게는 사랑하는 여동생 안나가 있다. 엘사가 마법으로 눈을 만들어주면 안나와 엘사가 눈사람을 만들며 놀곤 했다. 엘사와 안나는 서로에게 최고의 친구였다. 여느 때와 같이 눈사람을 만들며 놀던 어느 날, 엘사는 실수로 안나를 다치게 만든다. 결국 안나를 살리기 위해서 엘사의 마법으로 놀던 기억까지 지워야했다.

부모님은 엘사가 그 능력을 통제할 수 있을 때까지 그녀가 안나와 떨어져지내도록 했다. 성문도 굳게 닫고, 창문도 닫아버렸다. 엘사 역시 안나를 위해, 그리고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기 스스로를 방에 가두고 모든 소통의 문을 닫았다. 그러다 갑자기 사고로 부모님마저 돌아가셨고, 안나는 혼자 남겨졌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엘사와 안나는 성인이 되었다. 엘사의 대관식이 있던 날 굳게 닫힌 성문이 드디어 열리게 되고 궁전에서는 성대한 축제가 열렸다. 엘사는 장갑을 끼고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대관식에 임했다. 실수라도 하는 날엔 모든 게 물거품이 되버릴테니까. 반면 오랜만에 사람들과 어울리게 되어 들뜬 안나는 우연히 마주친 이웃나라 왕자에게 반해 처음 만난 날 결혼을 약속한다. 그 길로 언니에게 달려가 결혼을 허락해 달라고 말하지만 엘사는 거절한다. 격앙된 안나는 언니에게 지금까지 가슴에 담아 두었던 말들을 퍼붓고 엘사는 실수로 자신의 능력을 쓰게 된다. 사람들은 그녀에게 괴물이라고 소리쳤고, 엘사는 마법을 써서 가까스로 아렌델에서 빠져나온다. 그 마법은 너무나 강력해서 여름이던 아렌델을 꽁꽁 얼려버릴 정도였다.

모든 수고와 노력이 무너진 상태에서 엘사에게 돌아온건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과 외면 뿐이었고, 그녀에게 남은건 상처뿐이었다. 모든 감정의 문을 닫고 절벽 위로 도망간 엘사는 이제 얼음성을 만들어 스스로를 가두어 버렸다.


<Let it go>

The snow glows white on the mountain tonight
Not a footprint to be seen
A kingdom of isolation
And it looks like I'm the queen

The wind is howling like this swirling storm inside
Couldn't keep it in, heaven knows I've tried

Don't let them in, don't let them see
Be the good girl you always have to be
Conceal, don't feel, don't let them know
Well, now they know

Let it go, let it go
Let it go, let it go
Can't hold it back anymore
Let it go, let it go
Let it go, Let it go
Turn away and slam the door
I don't care what they're going to say
Let the storm rage on
The cold never bothered me anyway

It's funny how some distance makes everything seem small
And the fears that once controlled me can't get to me at all
It's time to see what I can do
To test the limits and break through
No right, no wrong, no rules for me
I'm free

Let it go, let it go
Let it go, let it go
I am one with the wind and sky
Let it go, let it go
Let it go, let it go
You'll never see me cry
Here I stand and here I'll stay
Let the storm rage on

My power flurries through the air into the ground
My soul is spiraling in frozen fractals all around
And one thought crystallizes like an icy blast
I'm never going back, the past is in the past

Let it go, let it go
Let it go, let it go
And I'll rise like the break of dawn
Let it go, let it go
Let it go, let it go
That perfect girl is gone
Here I stand in the light of day
Let the storm rage on
The cold never bothered me anyway


언니의 비밀을 알게된 안나는 자신의 탓이라며 언니를 찾아나선다. 도중에 크리스토프라는 남자와 눈사람 올라프를 만나 도움을 받는다. 얼음성에 도착한 안나에게 올라프(엘사의 긍정적 자아)는 가볍게 노크하고 엘사에게 가보라고 권한다. 안나는 언니와 함께 아렌델로 돌아가기 원했지만 엘사는 완강히 거부한다. 그 과정에서 엘사는 자신도 모르게 안나의 심장에 얼음을 박아버린다. 여기에 덧붙여 마시멜로(엘사의 부정적 자아)를 보내 안나와 그 일행들을 멀리 쫓아버린다.

안나는 언니의 마법 때문에 몸이 점점 차갑게 굳어간다. 얼음이 박힌 차가운 심장을 살릴 수 있는건 진정한 사랑의 키스 뿐이다. 반면 엘사는 자신이 쓴 마법 때문에 아렌델의 여름이 차가운 겨울로 변해버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더욱더 괴로워한다. 게다가 그녀는 얼음 녹이는 법을 알지 못한다. 두려움과 공포는 그녀 자신을 더욱 고립시켰다. 그러나 머지않아 안나는 아렌델 성에서 온 사람들에게 붙잡혀 감옥에 갇히고 만다. 그동안 안나는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크리스토프는 안나를 살리기 위해 그녀가 사랑하는 한스왕자가 있는 성으로 그녀를 안고 간다.

사실 한스는 왕권을 노리고 안나에게 접근했다. 그는 돌아온 안나가 별로 달갑지 않다. 본색을 드러낸 그는 죽어가는 안나를 버려두고 나머지 사람들을 선동해 엘사를 처치하려고 한다. 필사적으로 감옥에서 도망쳐나온 엘사와 그녀를 쫓는 한스, 안나가 위험에 빠졌음을 직감하고 그녀에게 달려가는 크리스토프, 사력을 다해 크리스토프에게 달려가는 안나가 한 곳에서 만난다.

크리스토프를 눈 앞에 둔 안나는 그 순간 한스가 엘사에게 내리 꽂으려는 칼을 발견하고 언니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진다. 한스의 칼날은 얼음이 되어버린 안나의 손에 부딪혀 산산조각나버렸고, 엘사는 안나를 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순간 얼음덩이로 변해버린 안나의 몸에 생기를 되찾는다. 페비 할아버지 말마따나 얼어붙은 심장을 회복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진실된 사랑이었다.

엘사는 자기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마법의 힘 때문에,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칠까봐, 그 모습을 지켜보는 자기의 마음이 다칠까봐 자기 스스로를 얼음성에 가두어버렸다. Let it go의 가사가 무척 흥미로운데 아무도 내 곁에 올 수 없는데 심지어 자기 자신도 자기 곁에 올 수 없다. 그녀는 아무 것도 느끼지 말아야했다. "It's funny how some distance makes everything seem small"이라는 가사를 보면 그 속에서 엘사는 자기 자신을 제 3자 처럼 관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모든 걸 얼려버린 상태에서 엘사는 일시적으로 자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철저히 혼자였고 외로웠다. 그녀는 올라프처럼 누구보다도 그녀 마음에 뜨거운 여름이 오길 바랐던 사람이다.

이윽고 마침내 안나의 희생적 사랑이 엘사에게 그토록 고대하던 뜨거운 여름을 선물로 안겨주었을 때, 그녀는 비로소 자신의 능력을 제어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꽁꽁 얼어붙은 아렌델의 바다가 녹고, 사람들은 굳게 닫힌 창문들을 열었으며, 적은 사로잡혔고, 아렌델의 성문은 활짝 열려 다시 한 번 성대한 축제를 벌인다.

겨울왕국은 상처받지 않기 위해 스스로 감정의 전원을 차단해버린 사람들, 바로 우리 자신에 대한 이야기이다. 두려움조차 꽁꽁 얼려버린 채 거기 숨어 있는 그대! 빗장을 열고 나와 진실한 사랑에 우리 자신을 내어줄 때 우리의 두려움은 기쁨과 환희로 변할 것이고 우리가 누리는 기쁨의 축제에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것이다. 나는 자유하다고 고백하지만 스스로를 얼음성에 가둔 그대는 서서히 병들어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누구보다도 뜨거운 여름을 고대하는 엘사 용기를 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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