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경, '어떤 개체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사람, 장소, 환대> 중에서)
사람이라는 것은 어떤 보이지 않는 공동체—도덕적 공동체—안에서 성원권을 갖는다는 뜻이다. 즉 사람임은 일종의 자격이며, 타인의 인정을 필요로 한다. 이것이 사람과 인간의 다른 점이다. 이 두 단어는 종종 혼용되지만, 그 외연과 내포가 결코 같지 않다. 인간이라는 것은 자연적 사실의 문제이지, 사회적 인정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개체가 인간이라면, 그 개체는 우리와의 관계 바깥에서도 인간일 것이다. 즉 우리가 그것을 보기 전에도, 이름을 부르기 전에도 그 고유한 특성에 의해 이미 인간일 것이다. 반면에 어떤 개체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사회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어야 하며, 그에게 자리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김현경, (문학과지성사, 2015), 1장 사람의 개념
2022. 5.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