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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6

23.03.02.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북토크 "인생은 투쟁이자 잠시뿐인 타향살이, 떨치던 명성은 후세에 그칩니다." 2023. 3. 2.
무라카미 하루키, '영원한 여성성에 의한 구원과 은총'(<노르웨이의 숲> 중에서) 나는 미도리에게 전화를 걸어, 너와 꼭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할 이야기가 너무 많아. 꼭 해야 할 말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 이 세상에서 너 말고 내가 바라는 건 아무것도 없어. 너를 만나 이야기하고 싶어. 모든 것을 너와 둘이서 처음부터 시작하고 싶어, 하고 말했다. 미도리는 오래도록 수화기 저편에서 침묵을 지켰다. 마치 온 세상의 가느다란 빗줄기가 온 세상의 잔디밭 위에 내리는 듯한 그런 침묵이 이어졌다. 나는 그동안 창에 이마를 대고 눈을 감았다. 이윽고 미도리가 입을 열었다. “너, 지금 어디야?” 그녀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지? 나는 수화기를 든 채 고개를 들고 공중전화 부스 주변을 휙 둘러보았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지? 그러나 거기가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짐작조차.. 2021. 7. 11.
무라카미 하루키, '인생은 비스킷 깡통이라고'(<노르웨이의 숲> 중에서) “인생이란 비스킷 깡통이라 생각하면 돼.” 나는 몇 번 고개를 젓고 미도리 얼굴을 보았다. “내 머리가 나쁘기 때문일 테지만, 때로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안 갈 때가 있어.” “비스킷 깡통에는 여러 종류 비스킷이 있는데 좋아하는 것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이 있잖아? 그래서 먼저 좋아하는 것을 먹어 치우면 나중에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만 남는 거야. 나는 괴로운 일이 있으면 늘 그런 생각을 해. 지금 이걸 해 두면 나중에는 편해진다고. 인생은 비스킷 깡통이라고.” “그거 철학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정말이야. 나는 경험적으로 배웠어.” 미도리는 말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일본 소설가, 1949-), 《노르웨이의 숲, ノルウェイの森》(민음사, 2017). 2021. 7. 10.
밀란 쿤데라, '가벼움과 무거움의 변증법'(<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중에서) 우리 인생의 매순간이 무한히 반복되어야만 한다면,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혔듯 영원성에 못 박힌 꼴이 될 것이다. 이런 발상은 잔혹하다. 영원한 회귀의 세상에서는 몸짓 하나하나가 견딜 수 없는 책임의 짐을 떠맡는다. 바로 그 때문에 니체는 영원 회귀의 사상은 가장 무거운 짐(das schwerste Gewicht)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영원한 회귀가 가장 무거운 짐이라면, 이를 배경으로 거느린 우리 삶은 찬란한 가벼움 속에서 그 자태를 드러낸다. 그러나 묵직함은 진정 끔찍하고, 가벼움은 아름다울까? 가장 무거운 짐이 우리를 짓누르고 허리를 휘게 만들어 땅바닥에 깔아 눕힌다. 그런데 유사 이래 모든 연애 시에서 여자는 남자 육체의 하중을 갈망했다. 따라서 무거운 짐은 동시에 가장 격렬한 생명.. 2021. 7. 10.
밀란 쿤데라, '필연과는 달리 우연에는 주술적인 힘이 있다'(<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중에서) 취리히에서 프라하로 돌아온 이래 토마시는 테레자와의 만남이 여섯 우연이 만들어 낸 결과라는 생각 때문에 불편한 심정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런데 어떤 한 사건이 보다 많은 우연에 얽혀 있다면 그 사건에는 그만큼 중요하고 많은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우연만이 우리에게 어떤 계시로 나타날 수 있다. 필연에 의해 발생하는 것, 기다려 왔던 것, 매일 반복되는 것은 그저 침묵하는 그 무엇일 따름이다. 오로지 우연만이 웅변적이다. 집시들이 커피 잔 바닥에서 커피 가루 형상을 통해 의미를 읽듯이, 우리는 우연의 의미를 해독하려고 애쓴다. (중략) 필연과는 달리 우연에는 이런 주술적 힘이 있다. 하나의 사랑이 잊히지 않는 사랑이 되기 위해서는 성 프란체스코의 어깨에 새들이 모여 앉듯 첫 순간부터 여러 우연이 합해져.. 2021. 7. 10.
별별명언 출간 네이버 오디오 클립 인문분야 방송, 김동훈 선생님의 &#039;별별명언&#039;이 책으로 출간됐다. 희랍어와 라틴어 원문을 통해 원전 읽는 재미를 알려주신 선생님. 서양고전을 통해 참 인간다움을 가르쳐주신 선생님. 선생님께 가르침 받은 게 햇수로는 6년인데 나는 하산하려면 한참 멀었다. -_;; ​ 2017. 8.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