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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편린63

20.05.14. 자기합리화와 자기객관화 사이의 미묘함 15년이라는 시간은 자못 궁금한 눈초리로 "팔에 상처가 왜 그렇게 많아요?"라고 무심코 묻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대답해 줄 필요는 없다는 걸 터득하기에 충분했다. 나라는 사람이 아닌 흉터 그 자체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은 왠지 모르게 불쾌했다. "얘기하자면 길어." 그렇게 딱 잘라 말하곤 했다. '나는 신기한 구경거리가 아니야. 그리고 이건 엄밀한 의미에서 상처가 아니라 흉터야.' 상처와 흉터는 다르다. 상처가 현재진행형이라면 흉터는 현재완료형이다. 상처가 아문 자리에 남는 게 흉터다. 굳이 감출 필요도, 들출 필요도 없지만 나는 상처보다는 회복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죄송하지만 질문이 틀렸어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흉터라고 생각한다. 주홍글자 'A'처럼 다른 의미를 부여하면 된다고도 생각한다... 2020. 5. 19.
5.18 그 후 39년에 대한 개인적인 소회 (1) 10·26 사건 이후 서울에서는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신군부 퇴진’과 ‘계엄철폐’를 외치며 민주화를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군부가 곧 행동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시위는 전국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였다. 그러자 대학생 간부들은 신군부가 이를 정권 탈취의 빌미로 삼을 것을 우려해 시위 중단을 결정했다. 그러나 다음날인 1980년 5월 17일 신군부의 비상 계엄령이 전국적으로 확대되면서 서울의 봄은 힘없이 막을 내렸다. 한편 광주에서는 계엄 확대를 반대하는 시위가 계속되었다. 5월 18일 계엄군은 전남대학교 정문을 막고 등교를 저지하며, 거세게 항의하는 학생들과 이를 만류하는 시민들을 진압봉으로 구타하고 연행했다. 이후 사람이 조금이라도 모일라치면 계엄군은 위협과 폭력을 행사해 강제로 해산시켰다.. 2019. 5. 18.
강자의 먹잇감이 될 바에야 제자 논문에서 얻은 인사이트 하나에도 각주 처리를 하신다는 노교수를 존경했다. 학생들의 과제물 및 소논문에서 발견한 다듬어 지지 않은 참신한 아이디어가 교수 개인의 통찰력으로 둔갑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으므로. 권력관계에서 마땅한 몫의 분배라는 정의의 기본 원리 따위는 늘 약자의 의무였으므로. 착각이길 바란다. M.Div 졸업 논문이 얼마만큼의 완성도와 학술적 가치가 있겠냐만, 나는 모 교수의 설교 및 최근 몇 권의 저서에서 내 논문의 흔적이 엿보이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적어도 최근 10년간 강의나 저술을 통해 그가 보여준 종말론에 대한 이해는 매우 빈약했으므로. 뿐만 아니라 그는 이미 화려한 전적이 있었으므로. 그는 왜 갑자기 종말론 전도사가 되었을까? 내가 인지한 바에 따르면 정확히 작년 1월을.. 2019. 3. 21.
현애 단상 (1) #1 지금 바로 여기 날이 저무는 빈들 일백만 원, 서울에서 숨만 쉬고 사는 데에 드는 순수비용. 그 5점을 남겨두고 학원비를 벌러 나가야 한다니. 점수는 더 오를 생각 않고 점점 하향곡선을 그리는데. -_; 와, 진짜, 내 인생 여기서 끝나는 거 아니냐. 과연 미국 땅을 밟을 수 있을 것인가. 서른 둘 내 인생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하고 멈춰있는 시간. 아버지, 제 얼굴 기미, 주근깨, 잡티, 눈가주름 좀 보세요. 노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구요. 저 빨리 미국 보내줘요. T-T 이 와중에 졸업은 또 해야 하고... 발목 욱신욱신거리고 참 착잡합니다. -_-; #2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올해 첫눈 내리던 날, 제 생애 첫 무채는 능멸 당했습니다. 흠, 누구네 집 김치에 딸려 들어갔는지 모르겠지만 저희.. 2018. 11. 24.
Mansplain 적잖은 남자들이 여자에게 자기 지식을 과시하는 것에 쾌락을 느낀다. 시혜의식이 있는 것 같아. 대화를 원하는 거지 강의를 원하는 게 아니잖아. 성의껏 들어주는 것도 피곤해. -_; 설명을 듣는 사람이 설명을 하는 사람보다 지적수준이 높거나 주제에 대한 이해의 폭과 깊이가 탁월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안하는 것 같아. 그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에서 샘솟는 건지. 자신에 대한 과잉 확신과 무지함을 자각하는 데에 무능한 탓이겠지. 어떤 남자들은 여성은 항상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약자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아. 그건 남성다움을 과시하려는 일종의 욕망이자 슈퍼맨 컴플렉스는 아닐까? 양성(兩性)은 인간 대 인간으로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평등한 관계라고 생각하는데... 경직된 남성상이 주는 압박감에서 자유.. 2018. 11. 15.
성격 유형 MBTI? ENFP > ENTP > ENTJ or ​INTJ or ​INTP 에니어그램? 5W6 DISC? CI 부친은 INTJ, 모친은 ENFP가 아닐까 싶다. E, F, P 성향은 아마도 또래집단과 모친을 통해 계발된 게 아닐까? 혹은 F 성향을 억압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P는 형성된 습관의 영향이거나 나와 반대되는 성향을 동경한 결과가 아닐까? E 성향은 계발된 반면 J 성향은 미계발되었다는 전제하에 천성은 INTJ-T 또는 ENTJ-T에 제일 가까울 것 같다. NTJ라면 에니어그램과 DISC 검사 결과와도 어느 정도 일맥하는 것 같고. 2018. 11. 9.
제자도 헤렘으로 자기 자신을 드리신 그리스도를 본받아, 우리 자신을 헤렘으로 드리는 것 2018. 10. 29.
​​아둘람 굴에서 모압 미스베로, 그리고 다시 유다 헤렛 수풀로 아둘람 굴로 도망간 다윗에게 그의 형제와 부모가 찾아왔다. 환난 당한 모든 자와 빚진 모든 자와 마음이 원통한 자도 다 그에게 모여 들었다. 그는 그들의 우두머리가 되었다. 다윗과 함께한 자는 어느덧 사백 명 가량 되었다. 그들이 머문 아둘람 굴은 임시거처였던 것으로 보인다. 다윗은 사백 명이나 되는 인원이 계속해서 그곳에 머무르게 할 수는 없었다. 더더구나 연로한 부모가 눈에 밟혔을 것이다. 다윗은 거기서 모압 미스베로 향했다. 룻의 고향이기도 한 모압에는 먼 친척이 있었을 지도 모른다. 적어도 그가 양친을 부탁할 만큼 그의 가족에게 우호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모압 왕을 찾아가 자기 부모가 모압 땅에 머무를 수 있도록 청했다. 도망자 신세인 자기 앞 길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계속해서 가족이 연.. 2018. 9.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