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의 환기

21.01.29. 호흡과 심장 박동과 근육으로

by 아나빔 2021. 1. 29.

호흡은 경우에 따라 의식과 무의식이 관여한다는 점에서 매우 독특한 생리현상이라고 한다. 무대 연기를 배우면서 신기했던 것 중 하나도 그것과 관련이 있는데 의식적인 호흡을 통해 감정을 조절한다는 개념이었다. 감정이 격해지면 호흡이 빠르고 얕아지는 반면, 반대의 경우에는 호흡이 느리고 깊어진다. 거기에 덧붙여 감정이 호흡에 관여하는 것만큼이나 호흡도 감정에 관여한다고 했다. 감정은 고유의 호흡이 있어 호흡의 속도나 깊이를 조절해 어느 정도 감정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히브리어에도 '소리를 들어 올려 운다'라는 관용적 표현이 있다. 보통 '소리를 들어 올리다' 다음에 '울다'라는 동사가 나온다. 울면서 소리를 높이는 게 아니라 소리를 높이면서 운다는 것이다. 감정이 행동을 촉발하기도 하지만 행동이 감정을 촉발하기도 한다는 걸 고대인들도 알고 있었던 걸까. 애도 의식을 치를 때 돈을 받고 전문적으로 곡하는 사람이 있었던 걸 보면 그랬을 가능성도 없진 않을 것 같다.

만성적인 수면 부족에 시달리면서부터 꿈을 자주 꾸게 된다. 오늘도 각혈하듯 잠에서 깼다. 수압 높은 깊은 바다에서 급하게 수면 위로 올라와 이산화탄소를 토해내듯. 침대에 박제되어 한참 가쁜 숨을 몰아 쉬다 보니 지난 며칠 간 누적된 감정이 더욱 선명해진다. 내 몸이 호흡과 심장 박동과 근육으로 그 감정을 기억하며 재현하는 것 같다. 내가 어떻게든 지키고 싶었던 소중한 것들과 소중한 사람들을 너무 쉽게 소산시켜버린 어리석음에 대한 복합적인 감정을.

'일상의 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1.02.07. 곧 봄  (0) 2021.02.07
21.02.05. 오늘의 세희방  (0) 2021.02.06
21.01.22. 얼스어스 earth us  (0) 2021.01.27
21.01.24. 환기  (0) 2021.01.25
21.01.19. 예측 불가능성  (0) 2021.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