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 있는 사람 3년에 마침표를,
전도사 10년에 쉼표를 찍었다.
때론 가혹하고 때론 낭만적인 애증의 일터를 나만의 방식으로 힘껏 사랑했다. 뭉근히 다정한 상사와 탁월한 선후배 동료가 그곳에 있었고, 사표로 삼을 만한 좋은 저자와 역자를 그곳에서 만났다. 출판으로 만난 인연들과 지난 3년 부대끼며 편집자로서 무엇이 모자라고 넘치는지 나를 알아갈 수 있었다. 그 배움을 밑거름 삼아 다음 걸음을 내딛으려 한다. 명함은 유효 기간을 다했지만 편집자 자아로 만난 8종의 책 <성경신학 스터디 바이블>(신약 사복음서 및 일부 서신, 소논문, 색인 제외), <신학이란 무엇인가 Reader>, <질문과 함께 배우는 설교>, <그리스도인의 완전>, <우리가 믿는 것들에 대하여>, <마운스 헬라어 문법(제4판)>, <마운스 헬라어 문법 워크북>, <갈라디아서 주석>(1~2장)과 색인 및 리뉴얼 작업으로 함께한 10종의 책은 남았다.
지금 돌아보면 앳된 스물일곱에 ‘주찬양교회’ 중고등부에서 첫 사역을 시작했다. 그때를 기점으로 십 년에 걸쳐 ‘헌인교회’ 유초등부, ‘신광교회’ 초등부, ‘옥인교회’ 유년부 총 네 교회 교육 부서에서 ‘파트’라고 불리는 교육 전도사로 일했다. 합동 교단의 여성 교역자로 살면서 얻은 것도 있겠고 잃은 것도 있겠지만, 드릴 게 젊음밖에 없던 그 시간을 오롯이 쏟은 것은 내 평생 가장 값진 허비였다. 그리고 계절이 흐르듯 내 삶도 흘렀다. 교회 안에서 교역자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경계가 점점 더 뚜렷해지는 듯했다. 여성이기에 내게 당연하지 않은 것들을 억척스럽게 쟁취해야 하는 수고로움도 버거웠다. 그새 성별뿐 아니라 나이라는 제약도 생겼다. 고정된 성 역할을 벗어나 내가 가진 은사로 공동체를 섬길 수 있는지, 그렇다면 어떻게 섬길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 이유로 복 있는 사람 3년에 마침표를, 전도사 10년에 쉼표를 찍었다. 무엇이 되어야겠다는 무엇을 해내야겠다는 뚜렷한 목표는 없다. 그저 유목하는 마음으로 춤추는 별을 낳으러 간다. 2024년엔 괴테와 브레히트의 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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