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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하, 《낮은 곳으로》

by 아나빔 2017. 10. 4.

낮은 곳에 있고 싶었다
낮은 곳이라면 지상의
그 어디라도 좋다

찰랑찰랑 물처럼 고여들 네 사랑을
온 몸으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한 방울도 헛되이
새어 나가지 않게 할 수만 있다면

그래, 내가
낮은 곳에 있겠다는 건
너를 위해 나를
온전히 비우겠다는 뜻이다

나의 존재마저 너에게
흠뻑 주고 싶다는 뜻이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 이정하(시인, 1962-), '낮은 곳으로'(<그대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푸른숲, 1997) 수록)

상황에 따라서는 무식하게 이기적인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