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의 마지막 순간이 언제든 기약없이 찾아올 수 있는 것처럼, 만남도, 이별도 미처 생각할 겨를 없이 갑작스럽게 이루어진다는 걸 잊고 있었다. 호랑이 할머니와 큰이모의 죽음에 대한 아릿한 경험은 나로 하여금 의식 차원에서 죽음이라는 단어를 포착하게 했다. 시간과 공간이 멈춰 선 자리에는 하늘도 땅도 어른들의 낯빛도 온통 잿빛으로 변해 있었다. 낮은 곳까지 적막과 슬픔이 지독히 느리게 흐르는 그런 날이었다. 그날들에 대한 기억은 상흔처럼 남아 생의 매 국면마다 비슷하게 되살아났다. 그러나 낯익은 경험의 축적은 통각도 무디게 만들었다. 나는 삶이 끝없는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덤덤히 받아들였다. 오늘처럼 종종 역치를 초과하는 반갑지 않은 아픔을 마주하게 되지만 않는다면.
예정대로라면 혜인이와 찬영이 남매가 머지 않아 인도네시아로 떠나게 된다. 아버님이 현지 한인교회 사역자로 부임하시게 될 것 같다. 내가 교회에 도착하자마자 안겨 들어서는 다짜고짜 인도네시아에 대해 묻던 혜인이는 걱정 반 설렘 반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머님께 들은 바로는 빠르면 11월 중에 출국할 수도 있다고 하신다. 망치로 머리를 가격당한 듯했다. 그렇게 되면 혜인이랑 현민이의 러브라인은 어떻게 되는거지? 하영이 바라기 찬영이는? 장로님과 권사님의 가장 큰 기쁨 아니었던가! 교회의 감초같은 아이들이 아니었던가! 녀석들의 빈자리를 수이 가늠할 수가 없다. 벌써 뻥 뚫려버린 가슴에 허전함이 밀물처럼 차오른다. 아이야, 네가 우리 곁에 있는 짧은 동안 나는 널 위해 무엇을 할꼬.
마지막에 대한 결정권은 내가 쥐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가당찮은 믿음은 보기좋게 뒤통수를 맞았지만 잊고 있던 중요한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내 생의 마지막 순간이 언제든 기약없이 찾아올 수 있는 것처럼, 만남도, 이별도 미처 생각할 겨를 없이 갑작스럽게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등속도로 흐르는 "지금"의 무한한 연속은 "지금"이 담지하고 있는 찬란한 아름다움을 망각하게 한다. 그러나 "지금"은 늘 처음인 동시에 마지막이었다. 과거와 미래에 대한 개념이 있어서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따지고 보면 현존하는 것은 늘 현재 뿐이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만남도 그 자체로 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우리는 매순간이 특별한 순간인, 순간의 조각을 잇대어 인생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오늘이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인 것처럼 아이들을 대했어야 했다. 나는 매주일 죽을 힘을 다해 뜨거운 복음의 진리를 전했어야 했다. 나는 안일과 나태에 젖어 있었다. 미안하다. 내게 허락하신 오늘이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님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너희들과의 만남이 매순간 특별한 선물처럼 주어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미처 인지하지 못했다. 고맙다. 너희를 알고 지낸 지난 2년 동안 오히려 너희에게 더 큰 사랑을 받았다. 아쉬운 마음 달랠새 없이 파송예배를 준비하면서도 시종의 주권을 지닌 분께 간구한다. 부디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시기를.
예정대로라면 혜인이와 찬영이 남매가 머지 않아 인도네시아로 떠나게 된다. 아버님이 현지 한인교회 사역자로 부임하시게 될 것 같다. 내가 교회에 도착하자마자 안겨 들어서는 다짜고짜 인도네시아에 대해 묻던 혜인이는 걱정 반 설렘 반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머님께 들은 바로는 빠르면 11월 중에 출국할 수도 있다고 하신다. 망치로 머리를 가격당한 듯했다. 그렇게 되면 혜인이랑 현민이의 러브라인은 어떻게 되는거지? 하영이 바라기 찬영이는? 장로님과 권사님의 가장 큰 기쁨 아니었던가! 교회의 감초같은 아이들이 아니었던가! 녀석들의 빈자리를 수이 가늠할 수가 없다. 벌써 뻥 뚫려버린 가슴에 허전함이 밀물처럼 차오른다. 아이야, 네가 우리 곁에 있는 짧은 동안 나는 널 위해 무엇을 할꼬.
마지막에 대한 결정권은 내가 쥐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가당찮은 믿음은 보기좋게 뒤통수를 맞았지만 잊고 있던 중요한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내 생의 마지막 순간이 언제든 기약없이 찾아올 수 있는 것처럼, 만남도, 이별도 미처 생각할 겨를 없이 갑작스럽게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등속도로 흐르는 "지금"의 무한한 연속은 "지금"이 담지하고 있는 찬란한 아름다움을 망각하게 한다. 그러나 "지금"은 늘 처음인 동시에 마지막이었다. 과거와 미래에 대한 개념이 있어서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따지고 보면 현존하는 것은 늘 현재 뿐이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만남도 그 자체로 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우리는 매순간이 특별한 순간인, 순간의 조각을 잇대어 인생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오늘이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인 것처럼 아이들을 대했어야 했다. 나는 매주일 죽을 힘을 다해 뜨거운 복음의 진리를 전했어야 했다. 나는 안일과 나태에 젖어 있었다. 미안하다. 내게 허락하신 오늘이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님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너희들과의 만남이 매순간 특별한 선물처럼 주어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미처 인지하지 못했다. 고맙다. 너희를 알고 지낸 지난 2년 동안 오히려 너희에게 더 큰 사랑을 받았다. 아쉬운 마음 달랠새 없이 파송예배를 준비하면서도 시종의 주권을 지닌 분께 간구한다. 부디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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