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때와 같이 식사를 하러 온 가족이 거실에 둘러 앉았습니다. 여섯 살난 찬영이는 두 손을 모은 채 눈만 감고 뜨더니 "아멘"이라고 했습니다. 고사리 손으로 숟가락을 집어 들려던 찰나였습니다. 누군가 찬영이에게 물었습니다.
"찬영아 너 기도했니?"
"네! 기도했어요."
"진짜?"
"네. 진짜예요. '가짜기도'로 기도했어요."
"가짜기도?"
"기도를 가짜로 하면 안되지. 진짜 기도를 해야지!"
"아니 그게 아니고 어른들도 '가짜기도' 하잖아요? 교회에서 밥먹을 때에도 '가짜기도' 하고."
가짜기도라니! 이 무슨 해괴한 말인가! 눈만 감고 떴다가 아멘으로 마무리하는 가짜기도라니! 어른들도 한다는 가짜기도라니!
사실 자초지종은 이러했습니다. 그동안 유치부실에서 식사를 하던 주일학교 아이들은 식사 전에 어린이들이 돌아가면서 대표기도를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올해 초 교회 식당을 다시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위로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다른 어른들도 계시다보니 각자 기도를 하게 하고 식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여섯 살난 찬영이 눈에는 각자 기도가 짧은 시간에 말없이 눈만 감고 뜨는 것처럼 보였던 것입니다. 게다가 어휘력이 짧아 '아! 그래서 가짜기도라고 하는 거구나!'라고 이해를 했던 것입니다. 아니면 순수한 어린아이의 눈은 속일 수 없었던 것일런지도 모릅니다.ㅎ
p.s. 평소 우리 주일학교 선생님은 "각자 기도하고 밥먹어."라고 했습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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