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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환기

해묵은 과제를

by 아나빔 2018. 6. 12.

청강은 기본이었다. 교수님 강의를 얼마나 쫓아다녔는지 그 해 다른 남학생을 개인조교로 뽑으시곤 도리어 교수님께서 미안하다고 하실 정도였다. 교회 사역은 엄두도 못냈던 때라 도서관 근로하며 근근히 살아가던 시절, 종종 논문정간물실에 들르시는 교수님 뵙는 게 큰 낙이었다. 욕심과 열심 외에는 별 볼 일 없던 학생을 아버지의 마음으로 참 많이 아껴주셨다. 불안한 20대를 다독여주셨던 그때 그 따뜻함의 온기는 교수님을 떠올릴 때마다 고스란히 되살아난다.

토플 공부한답시고 4층 열람실 출근 도장을 찍는 요즘 간간이 교수님을 뵐 때마다 그 때 생각이 난다. 약 한 달 전쯤, 4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학부 수업 재개 후 처음으로 교수님을 뵀다.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물으시기에 유학 준비 중이라고 말씀드렸더니, 토플은 단기간에 집중해서 치르는 시험이라며 유학 준비하면서 궁금한 게 있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고 찾아오라신다. 졸업 후 인사 한 번 제대로 드리지 못해 죄스러운 마음에 빙긋이 웃기만 했다.

용역들이 종합관을 급습한 토요일 밤, 밤새도록 학생들 곁을 지키며 사태 해결에 앞장서신 교수님은 언제나처럼 학생들의 고통과 아픔을 체휼하는 사랑으로 학생들에게 기독교인의 품위를 가르쳐주셨다. 어느 학생 말마따나 총신의 덤블도어! 이번 학기가 마지막 학기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작심하고 찾아뵈어야지. 더 늦기 전에 해묵은 과제를 마무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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