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별별생각
밀물처럼 밀려 들어오는 사랑이 없구나. 발목 잡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옳다구나!'하고 못 이기는 척하며 주저앉을 의향도 있었는데. 나는 묵묵히 앞만 보고 가야 하는구나. 부르심이라는 확신은 있는데 '왜'라는 의문은 가시지 않는다. 신학도들 많은데 굳이 나까지 뛰어들어야 하나. 서양고전어, 철학, 심리학을 놓지 않고 구약성서학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이런 저런 별별 생각이 스쳐가는 동안 하루는 또 쏜살 같이 지나간다.
#2 한쿡만큼 살기 좋은 곳도
한쿡만큼 살기 좋은 곳도 없다, 2년 차 되어가니 교회에 정도 들고 사역을 계속 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는 말에 빨리 나가라신다. 잘 할 수 있다고. 박사 과정까지 밟으라는 말 아무한테나 하지 않는다시며. 분수파악은 조금 할 줄 안다. 아무가 아니라는 것에 우쭐해졌다기 보다 갈피를 못 잡고 하루에도 수십 번씩 요동치는 내 마음이 교수님 말씀에 조금은 더 잠잠해졌다는 거 그게 참 감사했다. (적어도 지금은) 큰 욕심 없다. 성서 연구를 통해 그분에 대해 알아가는 기쁨 그것으로 충분하다. 내 삶을 진탕 허비해도 아깝지 않다.
#3 물고기를 주면 하루의 양식이 되지만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면 평생의 양식이 된다
2011년, 교수님을 처음 뵈었던 시편 강의, 물고기를 잡아주는 선생 대신 물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 주시겠다는 말씀을 지금 껏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다. 주해에 대한 첫 경험이 얼마나 강렬했던지 몇 번을 망설이다가 결국 신대원 문턱을 밟지 않았던가. 교수님께 히브리시 읽는 법을 배워서 시편 논문을 써냈을 때의 희열이란 말로 다 할 수 없다. 신대원 입학부터 졸업까지 내 삶 속에 교수님 은덕이 서리지 않은 곳이 없다. 신대원에서의 3년은 신께서 허락하신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광야로 돌아가기 전 허락하신 재정비와 재충전의 시간이었다. 다시 아무런 안전도 보장도 없는, 그러나 그분께서 직접 나의 안전과 보장이 되어주시는 광야로 뚜벅뚜벅 걸어 나가자.
'일상의 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생이 쓸모 있다고 느껴지는 순간 (0) | 2018.09.01 |
---|---|
한강, 《몇 개의 이야기 12》 (0) | 2018.08.12 |
당최 이해할 수가 없다 (2) | 2018.06.29 |
해묵은 과제를 (0) | 2018.06.12 |
수많은 전도사들 중에서도 네가 참 하바리인데 (0) | 2018.0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