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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편린

국민들이 대신 나섭니다

by 아나빔 2014. 5. 3.

저는 일하러 이만 물러갑니다. 종각역에 대기중인 전경(?)들입니다. 저는 현정부가 부정선거로 정권을 장악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역사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간게 적어도 지금은 확실해보입니다.

상담대학원 모 학생이 제 동의를 구하지 않고 석사학위 논문에 제 사례를 사용했습니다. 그 분 졸업후 6개월이 지나 제가 도서관 논문간행물실에서 발견했습니다. 학부 수업 중 의무적으로 교내 상담센터에 가서 상담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 동안 그 학생은 제게 동의를 구하면 허락해주지 않을 것 같아 아무말없이 제 상담내용을 자신의 논문 취지에 맞게 가공하여 논문에 실었습니다. 제 사례 첫 장만으로도 저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상세한 정보들이 실려있었습니다. 저는 먼저 제 학부수업 담당교수님께 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상담자를 만났습니다. 상담자는 "미안하다. 어떻게 해주길 바라요, 너무 걱정마요. 자매 시집가는데 아무 지장없어요(그럴만한 내용이 전혀없다. 상담자는 내가 시집못갈까봐 걱정하는 것으로 생각했나보다. 비전문상담가가 사람을 섣부르게 진단하는 것에 화가 난다.) 정 그러면 자매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논문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는 건 어때요?"라고 말했습니다. 기가 막혔습니다. 처음엔 감정적으로 흥분하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저녁 상담자가 자신의 논문지도교수님이 쓰신 편지라며 제게 전해주고 갔습니다. 편지에는 "간호사인 상담자가 직장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며 힘들어해서 내가 마땅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편의를 봐줬다, 미안하다. 자매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 상담자에게 이름도 연락처도 물어보지 않았다. 이 일이 어떻게 해결되었으면 좋겠나? 다만 자매가 논문에서 자매 사례를 삭제하려고 하면 ○○○교수님, ○○○교수님, ○○○교수님, ○○○교수님... 부총장님, 총장님도 이 사실을 다 알게 된다. 그 과정에서 가장 상처받는 건 자매 아니겠는가? 잘 생각해서 결정해주기 바란다. 부탁하기는 아무에게도 이 사건이 알려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적혀있었습니다.

상담자가 그날 저녁 제게 전해준 편지를 다 읽기도 전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지도교수님이셨습니다. 논문문제로 할 말이 있으니 지금 연구실로 와달라고 하셨습니다. 들어가자마자 제게는 아무 발언권이 없었으며 교수님은 다짜고짜 상담자와 무릎을 꿇고 제가 용서하기 전에는 일어나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정중히 사양했고 이 일의 자초지종과 앞으로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상의하고 싶었습니다만 제겐 선택권이 없었습니다. 곳곳에 빨간줄이 그어진 제 사례 복사본을 제 앞에 주시며 앞에 세 장을 빼고 읽어보라고 하셨습니다. 이 세 장이 없으면 다른 사람들이 자매인 걸 알아볼 수 있겠냐는 말씀에 아니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교수님 말씀하시길(잊혀지지 않습니다) "도서관에는 미안한 일이지만 상담자와 제가 도서관에 들어가서 몰래 이 세 장을 칼로 도려내버릴게요. 그러면 자매가 만족하겠어요?"
"그런 눈속임 싫습니다. 수정자체도 불가하다고 하시면 하루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내일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하고 연구실을 나왔습니다. 제 뒷통수에 "자매는 지금 다른 사람들을 심판하려 하는거예요. 자비를 베푸세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후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연이어 발생했고 지도교수님과 상담자는 계속해서 저를 속였습니다. 사당캠퍼스 도서관에 있는 논문만 바꿔치기해서 수정이 되었다고 거짓말했습니다. 이 일이 마무리되는데 1년이란 시간이 걸렸습니다. 도움주신 교수님 두 분과 도서관 선생님이 계셨습니다만 그 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 저는 철저히 저 혼자였습니다. 교무부에서도 도서관에서도 "그건 우리 소관이 아니다.", 일처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그건 우리 책임이 아니라 모른다"는 대답 뿐이었습니다. 저 개인의 일이라면 용서하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문제의식없이 운나쁘게 걸렸다고 생각하는 상담자를 보며 가만히 있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논문에서 제 사례가 삭제되기까지 1년이 걸렸습니다. 한 학생이 내담자의 동의없이 상담사례를 졸업논문에 싣는 건 쉽지만 내담자가 거기에 이의를 제기하고 자신의 사례를 수정•삭제하는 과정이 왜 그렇게 외롭고 힘들어야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좋은게 좋은거라고 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책임규명과 추궁을 해야할 야당이 가만히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대신 나섭니다. 외롭고 힘든 싸움까지 유족들의 몫으로 돌릴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