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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석, '사막화의 이면에는'

by 아나빔 2018. 9. 5.

최근 뉴스보도를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2만 년 동안 한 번도 녹지 않았던 북극의 빙하가 2/3나 녹았다는 뉴스였습니다. 소위 ‘최후의 빙하’라고 일컫던 북극의 얼음층이 녹고 있답니다. 물론 북극의 빙하가 여름에 녹은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1980년대부터 녹기 시작한 빙하는 여름 기준으로 1/3이 남았고 이 속도라면 2030년 여름이면 모두 녹아버린답니다.

이제 12년 남았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상황을 되돌리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전문가의 말이었습니다. 이제는 그 어떤 방법으로도 되돌릴 수 없답니다. 북극의 빙하가 다 녹아버리면 인류는 멸망까지는 아니더라도 엄청난 재앙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겨울 추위는 더 매서워질 거고, 여름 더위는 더 사나워질 거고, 태풍은 더 거세질 거고, 집중호우는 더 큰 피해를 일으킬 겁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자연재해가 그렇듯이 가난한 사람들부터 피해를 보게 되겠죠.

북극의 빙하가 녹는 원인은 지구온난화입니다. 지구온난화가 일으키는 큰 문제들이 많습니다만 또 하나의 큰 문제는 사막화입니다. 통계에 따르면 해마다 축구장 600개 정도의 땅이 사막이 되고 있답니다. 대략 20년마다 제주도만한 땅이 사막으로 변하는 겁니다. 물론 그 안의 모든 생명들은 죽겠죠. 우리가 창조주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았더라면 계속 푸른색으로 남아있었을 땅, 죽지 않았을 생명들입니다.

숲에 가 보니 나무들은
제가끔 서 있더군
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들은
숲이었어
광화문 지하도를 건너며
숱한 사람들이 만나지만
왜 그들은 숲이 아닌가
이 메마른 땅을 외롭게 지나치며
낯선 그대와 만날 때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정희성 시인의 <숲>이라는 시입니다. 메마른 땅, 생명이 살 수 없는 땅은 어쩌면 저 아프리카나 내몽골에 있는 것 아니라 우리 가까이, 너와 나 사이에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람들은 각자의 생존에만 몰두해서 각자 도생의 삶을 살아갈 뿐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어려움과 아픔을 잘 돌아보지 못합니다. 아니 잘 돌아보지 못할 뿐 아니라 내가 조금 더 편해지고 내 욕망을 조금 더 충족시킬 수 있다면 너에게 아픔과 고통 주기를 서슴지 않습니다.

나와 너 사이에 있는 막막하면서도 각박한 사막을 떠올리며 생각난 성경 말씀은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하셨던 '날 먹으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기 전, 제자들에게 빵과 포도주를 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빵을 먹으라. 이는 너희를 위해 내어주는 내 살이다. 이 잔을 마시라. 이는 너희를 위해 내어주는 내 피다." 예수님의 삶을 여러 가지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만, 어찌 보면 예수님의 삶은 '먹이는 삶'이었다고 말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오병이어의 기적을 통해 5천 명을 먹이셨습니. 그리고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수제자 베드로에게 부탁하신 마지막 말씀도 '내 양떼를 먹이라'였습니다.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막화의 이면에는, 서로 남을 먹으려고만 할 뿐 좀처럼 누군가를 위해 자기를 내어주지 못하는 사막이 된 우리의 마음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 김재홍 목사 -

- 김기석(감리교 목사), '사막화의 이면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