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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부버, '너와 나의 만남'(<나와 너> 중에서)

by 아나빔 2019. 4. 15.

‘너’와 나의 만남은 은혜로 ​이루어진다.​ ​찾아서 발견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내가 ‘너’를 향해 저 근원어를 말하는 것은 나의 존재를 기울인 행위요, 나의 본질 행위다.

‘너’는 나와 만난다. 그러나 ‘너’와의 직접적인 관계에 들어서는 것은 나다. 그러므로 ​관계란 택함을 받는 것인 동시에 택하는 것이며, 피동인 동시에 능동이다. 그것은 마치 온 존재를 기울인 능동적 행위에 있어서는 모든 부분적인 행위가 정지되고, 그리하여 모든─한갓 부분적인 행위의 한계에 근거를 둔─행위감각(行爲感覺)이 정지되기 때문에 그 행위의 능동성이 수동과 비슷하게 될 수밖에 없는 것과 같다.

근원어 ‘나-너’는 오직 온 존재를 기울여서만 말해질 수 있다. 온 존재에로 모아지고 녹아지는 것은 결코 나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나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 ‘나’는 너로 인하여 ‘나’가 된다. ‘나’가 되면서 ‘나’는 ‘너’라고 말한다. 모든 참된 삶은 만남이다.

- 마틴 부버(유태인 철학자, 1878-1965), 《나와 너 Ich und Du》, pp.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