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 속에서 고립된 대원이 어둠을 뚫고 다가오는 동료의 전짓불 빛을 기다리고 있었을 순간을 생각하면서 나는 울음을 참았다. 아무도 그에게 다가가지 못했고, 그는 결국 고립 속에서 숨을 거두었다. 인간에게 다른 인간이 다가오지 않으면 고립된 인간은 죽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또 많은 소방대원들이 암흑과 화염 속에 고립되어 있다가 동료들에 의해 구출되었다. 고립된 대원들이 그 암흑을 뚫고 다가오는 동료의 인기척을 느꼈을 때, 그는 살아서 돌아올 수 있었다.
다가오고 있는 인기척 그것이 인간의 희망인 것이다.
김훈, 《라면을 끓이며》제2부 돈- 불자동차 중에서, p.213.
'북 아카이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영복, '미래는 과거로부터 옵니다'(<강의> 수록) (0) | 2016.01.19 |
---|---|
김훈, '너'(<라면을 끓이며> 수록) (0) | 2016.01.12 |
도종환, 《희망의 바깥은 없다》 (0) | 2015.10.06 |
Aesop's Fable (0) | 2015.07.23 |
박범신, '외부로부터 부여받은 목표치를 찼기 때문이라네'(<소금> 중에서) (0) | 2015.0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