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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신, '외부로부터 부여받은 목표치를 찼기 때문이라네'(<소금> 중에서)

by 아나빔 2015. 1. 29.

"나이가 얼마나 들면......
사는 게, 무섭지 않을까요?"

그가 말하길,

"다그치지 말게. 알다시피, 나는 평생 회사원으로 살았어. 말단 위엔 대리가 있고, 과장, 차장, 부장이 있고, 이사, 대표이사, 회장도 있다네. 생산성을 전제로 한 목표치가 그 라인에 주어져. 그때부터 모든 조직원이 장애물 경기 선수가 되지. 불가능하지도, 이루기도 어려운 아슬아슬한 수준에 목표치가 정해지거든. 운동회 때의 과자 따 먹기 놀이하고 비슷해. 까치발을 하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서 핏대를 세우면서 목 줄기를 죽어라 세우는. 꽁무니에 불을 붙여놓고 달리는 느낌이지. 앗, 뜨거! 앗, 뜨거! 하고 종대로 달려. 불안에도 면역성이 생기네. 불감증 말일세. 회사네 있을 땐 나도 불안한지 어쩐지 몰랐으니까. 그러나 그런 불안, 이제 없네!"

"나이 먹어 절로 없어진 게 아니야. 공짜는 없어. 생산성이라는 사슬을 끊었기 때문에 얻은 축복이지. 외부로부터 부여받은 목표치를 걷어찼기 때문이라고!"

박범신, 《소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