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얼마나 들면......
사는 게, 무섭지 않을까요?"
그가 말하길,
"다그치지 말게. 알다시피, 나는 평생 회사원으로 살았어. 말단 위엔 대리가 있고, 과장, 차장, 부장이 있고, 이사, 대표이사, 회장도 있다네. 생산성을 전제로 한 목표치가 그 라인에 주어져. 그때부터 모든 조직원이 장애물 경기 선수가 되지. 불가능하지도, 이루기도 어려운 아슬아슬한 수준에 목표치가 정해지거든. 운동회 때의 과자 따 먹기 놀이하고 비슷해. 까치발을 하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서 핏대를 세우면서 목 줄기를 죽어라 세우는. 꽁무니에 불을 붙여놓고 달리는 느낌이지. 앗, 뜨거! 앗, 뜨거! 하고 종대로 달려. 불안에도 면역성이 생기네. 불감증 말일세. 회사네 있을 땐 나도 불안한지 어쩐지 몰랐으니까. 그러나 그런 불안, 이제 없네!"
"나이 먹어 절로 없어진 게 아니야. 공짜는 없어. 생산성이라는 사슬을 끊었기 때문에 얻은 축복이지. 외부로부터 부여받은 목표치를 걷어찼기 때문이라고!"
박범신, 《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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