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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승, 《지각(知覺)》

by 아나빔 2016. 4. 23.

내게 행복이 온다면
나는 그에게 감사하고,

내게 불행이 와도
나는 또 그에게 감사한다.

한 번은 밖에서 오고
한 번은 안에서 오는 행복이다.

우리의 행복의 문은
밖에서도 열리지만
안에서도 열리게 되어 있다.

내가 행복할 때
나는 오늘의 햇빛을 따스히 사랑하고
내가 불행할 때
나는 내일의 별들을 사랑한다.

이와 같이 내 생명의 숨결은
밖에서도 들이쉬고
안에서도 내어쉬게 되어 있다.

이와 같이 내 생명의 바다는
밀물이 되기도 하고

썰물이 되기도 하면서
끊임없이 끊임없이 출렁거린다.

-김현승(시인, 1913-1975), '지각' (<마지막 지상에서>(창비, 1975)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