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이었다. 어떤 아주머니가 버스정류장에서 길을 물었다. "아가씨"라는 호칭이 몸에 안맞는 옷처럼 어색했지만 교복을 벗고 주민등록증을 받은 그 순간부터 사실상 나는 더이상 "학생"일 수가 없었다.
내 키는 163cm에서 멈췄다. 스물일곱은 키가 더 자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고 우유를 1L씩 마시지 않아도 되는 나이다(몸무게만이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유일한 숫자다). 헤어스타일이 크게 바뀌지않는 이상 명절에 오랜만에 뵙는 집안 어른들이 몰라보실 일도 없다. 그렇게 익숙해진 이 나이가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걸 느낄 때는, 숫자의 변화보다는 나를 둘러싼 주변 사람들의 변화를 마주할 때이다.
20대 중반을 지나 서른을 바라보면서 내 사회적 나이가 정말이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는 걸 절감한다. 나는 이제 초딩, 중딩들의 누나가 아니라 "이모"이며, "선생님"이다. 어느 덧, 군인 아저씨는 군인 오빠가 되었다가 군인 친구를 거쳐 군인 동생이 되었다. 우리 고3 막둥이는 나만 보면 용돈을 달라고 하고, 집안 어른들은 안부대신 자연스럽게 결혼 얘길 꺼내신다. 또한 이 나이에 계속해서 공부를 하겠다는 건 환영 받지 못할 일일 뿐더러 집안의 걱정거리가 된다.
다소 반항적인 기질이 있는 나는 "나이듦"이 끌고 다니는 편견에 반기를 들고 싶어진다. 20대 초반처럼 험한 산에 무모하고 용감하게 도전장을 내밀고 싶다. 아직까지는 매일매일이 새로움이었으면 좋겠다. 물론 안정적인 직장과 내세울만한 커리어, 새로운 가정을 꾸리며 대한민국 사회에 튼튼한 뿌리를 내리고있는 친구들에 비하면 나는 나이보람도 없이 철없는 소리를 해대는 것이다.
솔직히 가끔은 "나이듦"이 "나이만 듦"이 될까봐 무섭기도 하다. 보고싶은 것만 보고 듣고싶은 것만 듣고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할까봐 스물일곱을 대할 때마다 더욱 조심스러워지는 것이다. 이상하게 나이를 먹어갈수록 지위가 높아질수록 충고를 해주는 사람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드는 것 같다(그래 실수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해야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듦"이 "맘에듦"은 지나온 삶에서 내가 고군분투하며 얻은 전리품때문이다. 성숙을 향해 여물어가는 작은 지혜들이 참으로 소중하다. 어리석음이라는 잡초가 무성해지지 않도록 부지런히 가꾸며 "나이듦"에 몸을 실어야겠다.
내 키는 163cm에서 멈췄다. 스물일곱은 키가 더 자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고 우유를 1L씩 마시지 않아도 되는 나이다(몸무게만이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유일한 숫자다). 헤어스타일이 크게 바뀌지않는 이상 명절에 오랜만에 뵙는 집안 어른들이 몰라보실 일도 없다. 그렇게 익숙해진 이 나이가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걸 느낄 때는, 숫자의 변화보다는 나를 둘러싼 주변 사람들의 변화를 마주할 때이다.
20대 중반을 지나 서른을 바라보면서 내 사회적 나이가 정말이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는 걸 절감한다. 나는 이제 초딩, 중딩들의 누나가 아니라 "이모"이며, "선생님"이다. 어느 덧, 군인 아저씨는 군인 오빠가 되었다가 군인 친구를 거쳐 군인 동생이 되었다. 우리 고3 막둥이는 나만 보면 용돈을 달라고 하고, 집안 어른들은 안부대신 자연스럽게 결혼 얘길 꺼내신다. 또한 이 나이에 계속해서 공부를 하겠다는 건 환영 받지 못할 일일 뿐더러 집안의 걱정거리가 된다.
다소 반항적인 기질이 있는 나는 "나이듦"이 끌고 다니는 편견에 반기를 들고 싶어진다. 20대 초반처럼 험한 산에 무모하고 용감하게 도전장을 내밀고 싶다. 아직까지는 매일매일이 새로움이었으면 좋겠다. 물론 안정적인 직장과 내세울만한 커리어, 새로운 가정을 꾸리며 대한민국 사회에 튼튼한 뿌리를 내리고있는 친구들에 비하면 나는 나이보람도 없이 철없는 소리를 해대는 것이다.
솔직히 가끔은 "나이듦"이 "나이만 듦"이 될까봐 무섭기도 하다. 보고싶은 것만 보고 듣고싶은 것만 듣고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할까봐 스물일곱을 대할 때마다 더욱 조심스러워지는 것이다. 이상하게 나이를 먹어갈수록 지위가 높아질수록 충고를 해주는 사람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드는 것 같다(그래 실수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해야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듦"이 "맘에듦"은 지나온 삶에서 내가 고군분투하며 얻은 전리품때문이다. 성숙을 향해 여물어가는 작은 지혜들이 참으로 소중하다. 어리석음이라는 잡초가 무성해지지 않도록 부지런히 가꾸며 "나이듦"에 몸을 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