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비싼 은혜는 밭에 숨겨진 보화다. 사람은 그 보화를 얻으려고 가서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기꺼이 팔아서 그 밭을 산다. 값비싼 은혜는 귀중한 진주다. 상인은 자기의 모든 상품을 값으로 내어 주고 그 진주를 산다. 값비싼 은혜는 그리스도의 왕권이다. 사람은 그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자기를 넘어지게 하는 눈까지 뽑아 버린다. 값비싼 은혜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르심이다. 이 부르심을 받은 제자는 그물을 버리고 그분을 따른다.
값비싼 은혜는 우리가 되풀이해서 찾아야 할 복음, 우리가 구해야 할 은사, 우리가 두드려야 할 문이다.
은혜가 값비싼 것은 따르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그것이 은혜인 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은혜가 값비싼 것은 사람에게 목숨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은혜인 것은 사람에게 생명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은혜가 값비싼 것은 죄를 비난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은혜인 것은 죄인을 의롭다고 인정하기 때문이다. 은혜가 무엇보다도 값비싼 것은, 그것이 하나님께 소중하기 때문이고, 이를 위해 하나님이 자기 아들의 목숨을 대가로 지급하셨기 때문이다―"여러분은 여러분 자신의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은 하나님께서 값을 치르고 사들인 사람입니다." 하나님께 소중한 것이 우리에게 값싼 것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은혜가 무엇보다도 은혜인 것은 하나님이 자기 아들을 우리의 생명보다 더 귀하게 여기지 않고 우리를 위하여 내어 주셨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사람이 되신 것이야말로 값비싼 은혜다.
값비싼 은혜는 하나님의 거룩한 것으로 통칭하는 은혜다. 우리는 그것을 세상 사람들의 손을 타지 않도록 보호하고, 개에게 던져 주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값비싼 은혜는 살아있는 말씀, 곧 하나님의 말씀으로 통칭하는 은혜다. 이 말씀은 하나님이 자기 뜻대로 하시는 말씀이다. 그것은 예수를 따르라는 은혜로운 말씀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근심하는 영혼과 지친 마음에 용서의 말씀으로 다가온다. 은혜가 값비싼 까닭은 사람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라는 멍에를 씌우기 때문이고, 그것이 은혜인 것은 예수께서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라고 말씀하시기 때문이다.
- 디트리히 본회퍼(독일 고백교회 목사 및 신학자, 1906-1945), 《나를 따르라, Nachfolge》, 값비싼 은혜, 3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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