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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리히 본회퍼, '그리스도인은 자신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말해 줄 다른 그리스도인을 필요로 한다'(<성도의 공동생활> 중에서)

by 아나빔 2021. 2. 16.

성도의 교제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교제입니다. (중략) 종교개혁자들은 우리의 의는 ‘낯선 의 fremde Gerechtigkeit’, 즉 우리 밖에서 extra nos 주어지는 의라고 표현하였습니다. 이로써 그리스도인이란 자신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에 의지하여 사는 자들임을 천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는 외부를 향해, 그에게 주어지는 말씀을 향해 서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전적으로 하나님 말씀의 진리에 의해 살아갑니다. 어떤 사람이 그리스도인에게 “당신의 구원과 당신의 행복, 당신의 의가 어디에 있느냐?”라고 묻는다면, 그는 결코 자신을 가리킬 수 없으며, 그에게 구원과 행복, 의를 약속하시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하나님의 말씀을 가리킬 것입니다. 그는 할 수만 있다면, 오직 이 말씀만을 바라볼 것입니다. 날마다 그는 의에 주리고 목마르므로, 끊임없이 구원의 말씀을 갈망할 것입니다. 그 구원의 말씀은 오직 외부에서만 올 수 있습니다. 자기 자신 안에서 그는 가련하며 죽은 자입니다. 도움은 외부에서 와야 하며, 우리에게 구원과 의, 순전함과 축복을 가져오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 안에서 그 도움은 주어졌고, 또 날마다 새롭게 주어집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이 말씀을 다른 사람의 입에 넣어 주셨고, 그런 식으로 하나님의 말씀이 사람들에게 전파되도록 하셨습니다. 만약 누군가 그 말씀에 사로잡히면, 그는 또 다른 사람에게 말씀을 전하여 주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그분의 살아 있는 말씀을 형제의 증거와 사람의 입에서 찾고 발견하기를 원하셨습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자신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말해 줄 다른 그리스도인을 필요로 하며, 그가 회의와 절망에 빠질 때마다 다른 그리스도인을 필요로 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진리를 기만하지 않고서야, 자신의 힘으로 자신을 돕는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거룩한 구원의 말씀을 담아서 전해 줄 형제를 필요로 합니다. 그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 때문에 형제를 필요로 합니다. 우리 자신의 마음속에 계시는 그리스도는 형제의 말씀 속에 계신 그리스도보다 약합니다. 우리 마음속에 계시는 그리스도는 불확실하지만, 형제의 말씀 속에 계시는 그리스도는 확실합니다. 이로써 모든 그리스도인이 사귐을 갖는 목적이 분명해졌습니다. 그들은 서로 구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자로서 만나는 것입니다. 구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자로서, 하나님께서는 그들로 모이게 하시고 성도의 교제를 나누게 하십니다. 그들의 교제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와 ‘낯선 의’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성도의 교제는 오직 은혜로 말미암는 칭의에 대한 성경적이고 종교개혁적인 메시지에서 기원합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들이 서로를 갈망하는 것은 오직 은혜로 말미암는 칭의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 디트리히 본회퍼(독일 고백교회 목사 및 신학자, 1906-1945), 《성도의 공동생활, Gemeinsames Leben》, 성도의 교제, 2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