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자 김현경은 그의 아름다운 책 『사람, 장소, 환대』에서 인간과 사람이라는 개념을 구분하면서 사람이란 구성원들의 환대를 통해 비로소 공동체 안에서 성원권을 갖는다고 설명한다. 어떤 개체가 인간이라면 그 개체는 우리와의 관계 바깥에서도 인간일 것이지만, 어떤 개체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어야 하며, 그에게 자리를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포스러운 전염병으로 사람들이 숱하게 죽어나가는 순간에 집에 갇힌 이탈리아 사람들은 발코니에 나와 서로를 격려하기 위해 노래하고 춤을 추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자가격리중인 가족을 위해 담당 공무원은 햇반, 김, 참치 캔이 든 상자를 두고 가고, 이웃 부부는 맥주에 치킨을, 그 따님의 친구는 붕어빵과 계란빵을 종류별로 사서는 현관 문고리에 걸어놓았다고 한다. 격리되었던 이는 “결국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따스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한다. 인간은 서로에게 상냥할 수 있다. 어쩌면 그래서 인간은 존엄한 것이 아닐까.
문유석, <최소한의 선의>(문학동네, 2021), 1부 인간은 존엄하긴 한가, '모든 인간은 존엄하다는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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