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밤이었다. TV 드라마를 보며 밥을 먹다가 그런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해서 견딜 수 없었다. 어찌 되었든 나는 매주 아버지의 숨이 담긴 말-숨을 전해야 하는 사람인데 나는 거기에 걸맞지 않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일었으므로. 패잔병이 되어 강단을 내려올 때면 비참하기 이를 데 없지 않았던가. 어리석게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게으르고 악한 종은 되지 말아야 하는데 나는 오늘도 TV를 도피처 삼아 드라마나 보며 깔깔거리고 있는 것이다.
내 안에 영혼을 향한 사랑이 없고 아버지의 말씀에 대한 사모함이 없는데 나는 아버지 앞에 엎드리는 시간도 없이 사역을 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나는 벌써 나태해져서 기도없이 사역을 하려고 한다. 아버지께 올려드리는 내 중심이 얼마나 하찮은가. 지금 당장, 하던 모든 것을 멈추고 아버지 앞에 엎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아버지 죄송합니다. 제가 바로 악하고 게으른 종입니다. 제가 어리석음 가운데 머무르지 않게 하소서. 아버지 저는 두렵습니다. 아버지 당신의 말씀은 진리인데 내 입술로 전하는 당신의 말씀에 당신의 숨이 담기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말씀을 선포하는 것이 제게는 당신께 드리는 예배인데 거짓된 입술로 당신 앞에 나아가게 될까봐 두렵습니다. 내 안에서 곰삭혀 우러나온 진리를 전하고 싶지만 저는 자신이 없습니다. 아버지 당신께서 베푸시는 은혜가 아니면 저는 말 한 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는 벙어리에 불과합니다. 먼저 저를 아버지의 말씀으로 충분히 적시어서 선포자의 몫을 감당케하소서. 강단에서 선포되는 말씀 가운데 당신의 자녀들을 향한 아버지의 뜻이 온전히 전해지게 하소서. 아버지 앞에 엎드려 염치없이 아버지의 은혜를 구합니다.'
그날 드린 기도의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면 위와 같다. 그러고 나서 삼하 7장을 읽는데 언약 가운데 우리의 아버지 되어주신 그분의 사랑이 보이더라. 인생의 크고 작은 고비 앞에서 입을 틀어막고 몸부림치며 목청이 나가도록 그분의 이름을 부른 밤이 며칠이던가. 문득 지금 이 순간 그분을 거리낌 없이 아버지라 부르는 내 모습을 보며 이미 나의 아버지 되어주신 그분께 내가 더 구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아같이 우리를 버려두지 않으시고 친히 자녀삼아 주시는 그분의 사랑 앞에서 그날 밤 나는 무장해제됐다. 여전히 그분의 그늘 아래에 있다는 사실이 나를 안도하게 한다. 아버지의 그 너른 그늘 아래서 뙤약볕도, 세찬 소나기도 났었지, 나도. 하나님의 자녀됨 안에서 누리게 하시는 복이 이미 내 분에 넘친다.
필자는 다음날 삼하 7장 다윗언약 말씀을 가지고 하나님께서 친히 우리의 아버지 되어주심에 대한 의미와 그 메시지가 우리 삶에 주는 도전에 대해 설교했다. 하나님께서는 친히 우리의 아버지 되어주신다. 그리스도를 통해 성취하신 그 약속 안에서 우리는 그분을 아버지라 부를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를 아버지의 그늘 아래에서 쉬게 하신다. 이웃사랑은 대단한 게 아니다. 다른 사람들 곁으로 다가가 그들이 쉴 수 있도록 그들의 그늘이 되어주는 것, 그것이 이웃사랑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대단한 게 아니다. 우리를 통해 하나님의 뜻이 전해지는 곳, 우리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이 전해지는 그곳이 바로 하나님 나라이다. 하나님께서 오늘 너희를 통해 하나님 나라를 세워가신다. 그날 아침, 교회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선아랑 채은이가 왔다. 어쩌면 아버지께서 저 아이들에게 전하실 메시지가 있어서 전날 밤 그렇게 준비시키셨는지도 모르겠다.
아버지! 저는 이렇게 당신께서 공급해주시는 새 힘으로 하루하루 살아갑니다. 온 맘 다해 아버지 당신의 이름을 찬양합니다. 아버지, 제 중심을 보시옵소서. 오직 당신만이 나의 빛이시며 나의 인도자이십니다. 다윗의 고백이 저의 고백이기도 합니다.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시 23:4)" 아버지 당신을 의지하여 거울을 닦듯 내 속에 검은 마음을 닦아냅니다. 아이들을 만나러 가는 하루하루 전심을 다해 준비하겠습니다. 강단에서 선포되는 말씀이 당신의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여호와는 나의 반석이시요 나의 요새시요
나를 위하여 나를 건지시는 자시요
내가 피할 나의 반석의 하나님이시요
나의 방패시요 나의 구원의 뿔이시요
나의 높은 망대시요 그에게 피할 나의 피난처시요
나의 구원자시라 나를 폭력에서 구원하셨도다
(삼하 22:2-3)
이미지 출처: https://www.facebook.com/mirunamu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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