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 일찍 도착했습니다. 피아노 연습하러 주일학교실을 찾았습니다. 환하게 불을 켜고 문을 열자 어디선가 제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인기척에 당황한 곱등이 여섯 마리가 숨을 죽이고 제 동정을 살피고 있었습니다. 피차 서로 대면하기가 껄끄러워서 한참 동안 멀뚱히 서있었습니다. 그때 용감한 녀석 한 마리가 정적을 깨고 바닥에서 뛰어올랐습니다. 이윽고 나머지 녀석들도 하나둘씩 동참했습니다. 도약하는 기세가 범상치 않았습니다. 저는 숨을 죽이고 슬금슬금 뒷걸음질 쳐 문을 닫고 올라왔습니다. 진정 곱등이 박멸을 위해 헌신된 일꾼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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