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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지/Travelogue in Thailand

151217 태국 여행 넷째날 목요일 3탄

by 아나빔 2015. 12. 17.
홍일점의 태국견문록 네번째 이야기 3

자 여기서부터는 람부뜨리로드이다. 카오산로드보다 조용하고 한적해서 개인적으로는 람부뜨리로드가 맘에 더 든다.

로드샵에 독특하고 예쁜 아이템들이 많았지만 나는 돈이 별로 없는 관계로 눈으로 감상만 하였다.

힘찬이가 사준 닭꼬치 맛있당. :)

일종의 태국 전통의상인 것 같은데 비슷한 체구의 아주머니들이 독특한 모자를 쓰고 목각 두꺼비를 들고 다니며 판다. 뭉툭한 나무 막대로 오돌토돌 튀어나와 있는 목각 두꺼비 등을 긁으면 제법 두꺼비 울음소리 비스무리한 소리가 난다.

저녁장사를 하는 것 같은데 오픈하자마자 자리를 잡았더니 주문을 하려면 15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하였다.

맞은 편에 앉아서 놀던 귀여운 꼬마숙녀.

형을 따라 일손을 돕는 꼬마신사. 아이는 짬짬이 거리에서 축구공을 가지고 혼자 놀았더랬다.

손도사님은 똠양꿍의 맛을 참치는 없는데 설탕을 왕창 쏟아부은 참치 김치찌개 맛이라고 표현하셨다. 꽤 그럴듯한 설명이었다. 채소는 건져 먹겠는데 몇번을 먹어도 국물은 입에 잘 맞지 않았다. 신기한 건 가까운 중국보다 태국음식이 한국인 입에 더 잘 맞더라는 것이다. 똠양꿍이 조금 힘들긴 했지만 태국 음식은 사실 대체로 다 맛있었다.

짜잔! 목각 두꺼비 아줌마는 잊을만 하면 목각 두꺼비 울음소리와 함께 거리에 불쑥불쑥 나타나곤 했다.

람부뜨리로드 끝자락에 위치한 과일주스 가판대에서 용과주스 다섯 개를 주문했다.

용과주스를 받아들고 한 모금 마시려던 찰나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 너무 약해서 힘조절을 잘 못 하는 바람에 옷에 주스를 쏟고 말았다. 흰색 상의에 보라색 용 한마리 그렸더랬다. 그러자 일행 중 한 명이 의심의 눈초리로 그건 "고요로 깊어지소서 색"이라며 의도적으로 옷에 용과주스를 쏟은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푸하하.

자초지종은 이러했다. 필자는 평소에 보라색을 좋아해서 보라색 백팩, 보라색 캐리어, 보라색 지갑, 보라색 여권 케이스, 보라색 머케니컬 펜슬에 이르기까지 보라색 아이템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심지어 카카오톡 프로필에도 보라색 장미꽃 사진을 올려 놓았다. 카톡 프로필 문구는 "고요로 깊어지소서"였는데 일행 중 한명이 "깊은 누나"라는 별명을 지어주고 나서 한다는 풀이가 다음과 같았다.

"왜 이 누나가 깊냐? 이 누나는 고요로 깊은 누나니까. 심지어 카톡 프로필도 깊은 색 보라색이다. 왜냐? 빨주노초파남보! 보라색이 제일 깊은 색이니까. 고로 이 누나는 어디로 보나 깊은 누나이다."

처음엔 별 해괴한 풀이에 피식 웃었더랬다. 그런데 그것도 반복해서 듣다보니 그럴 듯하기도 했고 퍽 재밌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프로필 문구 "고요로 깊어지소서"는 태국 여행을 하는 동안 "깊은 누나"와 함께 필자를 지칭하는 고유명사가 되었더랬다. 그리하여 보라색을 좋아하는 "고요로 깊어지소서"가 의도적으로 옷에 보라색 용과주스를 쏟았다는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푸하하하. 힘찬이는 천재인가?

그렇게 한바탕 웃고 숙소로 돌아와 캐리커쳐와 함께 태국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굿나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