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리히 본회퍼, '값싼 은혜'(<나를 따르라> 중에서)
값싼 은혜는 우리 교회의 숙적이다. 오늘 우리의 투쟁의 값비싼 은혜를 얻기 위한 투쟁이다. 값싼 은혜란 투매 상품인 은혜, 헐값에 팔리는 용서, 헐값에 팔리는 위로, 헐값에 팔리는 성찬, 교회의 무진장한 저장고에서 무분별한 손으로 거침없이 무한정 쏟아내는 은혜, 대가나 희생을 전혀 요구하지 않는 은혜를 의미한다. 언제든지 쓸 수 있도록 미리 계산을 치렀으니 선급한 계산서를 토대로 무엇이나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은혜의 본질이고, 미리 지급한 대가가 무한히 큰 까닭에 사용 가능성과 낭비 가능성도 무한히 크며, 은혜가 값싸지 않다면 그것이 어찌 은혜이겠냐는 것이다. 값싼 은혜는 교리, 원리, 체계로 통칭하는 은혜, 보편적인 진리로 통칭하는 죄의 용서, 기독교의 하나님 관념으로 통칭하는 하나님의 사랑이다...
2021. 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