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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편린63

고백 제게 허락하신 시간이 얼마나 귀하고 값진 것입니까. 한 평생 당신의 이름을 위해 살다가 조용히 떠나고 싶습니다. 2015. 9. 3.
잘 견뎌내었다고... 몇 해 전 대학 강단에서 내려오신 노교수님을 학교에서 우연히 뵀다. "잘 지냈어? 어떻게 지내니?" 나를 다 꿰뚫어보시는 것 같은 넉넉한 미소가 마치 잘 견뎌내었다고 다독이시는 것 같아서, 갑자기 목구멍이 뜨거워졌다. 벌써 3년 전 일이다. 내 분노와 원망과 탄식을 묵묵히 들어주시며 위로해주셨던 교수님. 부쩍 야위신 모습을 보니 속상한 마음이 든다. 주름도 더 깊어진 것 같고 검버섯도 늘었다. 2015. 8. 31.
깊은 밤 열렬히 사랑했던 것들을 하나둘씩 잃고 나니 이제 간절히 갖고 싶은 게 없어졌다. 꼭 쥐고 있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손가락 틈새로 소리없이 새어 나가버렸다. 그 뜨거웠던 가슴은 도대체 어디로 간걸까. 2015. 8. 31.
은혜 아니면 어둠 속 헤메이던 내 영혼 갈 길 몰라 방황할 때에 주의 십자가 영광의 그 빛이 나를 향해 비추어주셨네 주홍 빛보다 더 붉은 내 죄 그리스도의 피로 씻기어 완전한 사랑 주님의 은혜로 새 생명 주께 얻었네 은혜 아니면 나 서지 못하네 십자가의 그 사랑 능력 아니면 나 서지 못하네 은혜 아니면 나 서지 못하네 놀라운 사랑 그 은혜 아니면 나 서지 못하네 나의 노력과 의지가 아닌 오직 주님의 그 뜻 안에서 의로운 자라 내게 말씀하셨네 완전하신 그 은혜로 ​은혜 아니면 나 서지 못하네 십자가의 그 사랑 능력 아니면 나 서지 못하네 은혜 아니면 나 서지 못하네 완전한 사랑 그 은혜 아니면 나 서지 못하네 이제 나 서는 것 아니요 오직 예수 내 안에 살아계시니 나의 능력 아닌 주의 능력으로 이제 주와 함께 살리라 .. 2015. 8. 29.
인간다움과 신학 인문학(humanities)이라는 단어는 라틴어 "후마니타스(humanitas)"에서 왔다. 키케로는 그것을 인간의 인간다움을 뜻하는 용어로 사용했다. 그는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성찰의 도구로 후마니타스를 제시했다. 아르키아스 변론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런 역사적인 인물들은 탁월함(arete)을 습득하고 훈련하기 위해 인문학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런 공부는 젊은 사람의 마음을 바르게 지켜주고 나이 든 사람의 마음을 행복하게 해줍니다. 이런 공부는 풍요로운 삶을 가져다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역경에 처해 있을 때 마음과 평화의 안식을 줍니다." 키케로에게 있어서 후마니타스는 인간다움의 완성을 추구하는, 또 그것이 개인과 사회에 구현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학문.. 2015. 8. 24.
책임자 책임자는 책임을 묻는 자리가 아니라 책임을 지는 자리다. 박대통령을 반면교사 삼아 얻은 교훈. 2015. 8. 6.
무례함을 모르는 무례함 계속되는 초청에 정중하게 응한 것 뿐이다. 밥보다 비싼 커피 사드린 죄밖에 없다. 어떻게 딱 한 번 만난 사람을 그렇게 쉽게 전지적 작가의 시점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지 모르겠다. 스스로 신적 권위를 부여한 일방적인 호평도 일방적인 혹평도 불쾌하긴 매마찬가지다. 수락할 의무는 있지만 거절할 권리는 애초부터 없었던 건가? 내가 신 포도도 아니고... 상대방의 마음에 반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신공격까지 당하며 비난받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자신이 느낀 박탈감 때문에 상대방을 결핍된 존재로 격하시키는 말이나 행동은 삼갔으면 좋겠다. 결국 자기연민과 자기기만 아니겠나. 생텍쥐페리는 타인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결코 포기하지 말라고 했건만 내 그릇의 한계는 여기까지인가 보다. 무례함을 모르는 무례함을 더 이상 견.. 2015. 7. 28.
오라토리오 서론 "여러분은 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랑받기에 충분한 존재입니다." 살레시오 수도회의 설립자이자 가난한 청소년 교육에 헌신했던 사제 돈 보스코의 말이다. 그는 아이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곤 했다. "나는 너희를 위해 공부하고, 일하며, 너희를 위해 살 거란다. 너희를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바칠 각오가 돼 있단다." 그는 직업학교와 공동작업장 등을 세워 아이들이 자립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주었다. 또한 청소년들을 지속적으로 돕기 위해 마음을 같이하는 자들과 살레시오 수도회를 설립하였다. 돈 보스코는 청소년 사목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오라토리오라는 공간을 만들었다. 오라토리오는 청소년들을 맞아들이는 집이고, 삶을 준비하는 학교이며, 인격적인 관계를 맺는 만남의 장소이자 놀이의 장소였다. 이는 오늘날 이탈.. 2015. 7.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