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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역일지58

아버지의 그늘 아래서 토요일 밤이었다. TV 드라마를 보며 밥을 먹다가 그런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해서 견딜 수 없었다. 어찌 되었든 나는 매주 아버지의 숨이 담긴 말-숨을 전해야 하는 사람인데 나는 거기에 걸맞지 않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일었으므로. 패잔병이 되어 강단을 내려올 때면 비참하기 이를 데 없지 않았던가. 어리석게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게으르고 악한 종은 되지 말아야 하는데 나는 오늘도 TV를 도피처 삼아 드라마나 보며 깔깔거리고 있는 것이다. 내 안에 영혼을 향한 사랑이 없고 아버지의 말씀에 대한 사모함이 없는데 나는 아버지 앞에 엎드리는 시간도 없이 사역을 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나는 벌써 나태해져서 기도없이 사역을 하려고 한다. 아버지께 올려드리는 내 중심이 얼마나 하찮은가. 지금 당장, 하던 모든 것.. 2016. 1. 24.
혼내거나 다그치지 아니하시고 #1 새해 첫 번째 주일이다. 남성역 2번 출구 버스정류장 앞에서 택시를 잡아 탔다. "기사님,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아가씨, 교회 가시지요?" "어! 기사님, 안녕하세요! 이번이 네 번째네요?" 두둥! 이 기사님으로 말씀 드릴 것 같으면 댁은 숭실대 부근이시고 종종 우리 교회 맞은 편 테니스장에 오셔서 테니스를 즐기는 멋진 분이시다. 그리고 아리따운 따님이 있으셨던 걸로 기억한다. 종종 택시를 타고 출근하는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정전도사가 종종 뵙는 기사님이시다. "송파 예비군 훈련장 지나서 내곡동 가구단지 가주세요."라는 말이 필요없는 유일한 기사님! 교회에 가는 발걸음이 무거울 때마다, 마음이 지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때마다 이 기사님을 만나게 된다. 마치 하나님이 보내주신 선물처.. 2016. 1. 4.
어린이 선교사 파송예배 2015년 11월 28일 주일 오후 파송예배 인형극준비. 옷감이야기 옷감들 소환. 새벽 4시 반이 넘어 끝난 작업. 2015년 11월 29일 최혜인, 최찬영 어린이 선교사 파송예배 헌인주일학교 어린이 파송예배 깜짝선물! 이하은 전도사님! 복음지도 만들기 축복기도. 최혜인, 최찬영 어린이 선교사를 파송하며. 기도하는 아이들 완성된 복음지도. 다음 주는 복음지도 뒷면에 서로 편지를 써주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기념품으로 간직할 수 있게 코팅해서 아이들에게 나누어주어야겠다. 2015. 11. 30.
최고의 선물 아이들이 물었다. 전도사님은 어떤 선물을 받고 싶냐고. "마음이 담긴 선물이 제일 좋지. 너희들이 써준 편지가 전도사님한테는 최고의 선물이야." 혜인이랑 찬영이가 건넨 생일카드에는 아해들의 작별인사가 적혀있었다. 전도사라는 자리가 뭐라고 참... 아이들에게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는다. 지난 주일에 혜인이가 미리 건넨 생일카드를 읽고 눈물이 핑 돌았다. 전도사님을 기쁘게 해주고 싶은 아이의 마음과 전도사님에게 전하고 싶은 고마운 마음을 꾹꾹 눌러쓴 흔적이 역력해서. 그 마음은 아이 수준에서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의 최대치였다. 함께 만들어가는 마지막 시간은 아끼지 않고 마음껏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복된 시간이구나! 2015. 11. 30.
겸손한 자를 높이시고 교만한 자를 낮추시는 하나님 [ 프롤로그 ] 1. 교회 주일학교에서 절기설교를 하지 않는다. 우리 교회 유초등부에서 사용하는 교재 커리큘럼에 절기설교가 포함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부활절과 성탄절 절기설교는 한다). 11월 셋째주에 아이들은 사울 이야기를 듣게 되어 있었다. 소재는 사울이다. 그리고 어제 프랑스 파리에서는 대규모 테러가 발생했고, 광화문에서는 박근혜 정권의 못난 행보가 이어졌다. 2. 11월에 아이들은 룻기에서부터 사무엘서까지 배우게 된다. 사무엘서는 11월 둘째주부터 다섯째주까지 총 4주에 걸쳐 다루게 되는데 큰 주제는 겸손과 교만이다. "나를 존중히 여기는 자를 내가 존중히 여기고 나를 멸시하는 자를 내가 경멸하리라(삼상 2장 30절 하반절)"는 렌즈로 사무엘서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이번 주 설교 소재는 사울이다.. 2015. 11. 16.
가짜기도 여느때와 같이 식사를 하러 온 가족이 거실에 둘러 앉았습니다. 여섯 살난 찬영이는 두 손을 모은 채 눈만 감고 뜨더니 "아멘"이라고 했습니다. 고사리 손으로 숟가락을 집어 들려던 찰나였습니다. 누군가 찬영이에게 물었습니다. "찬영아 너 기도했니?" "네! 기도했어요." "진짜?" "네. 진짜예요. '가짜기도'로 기도했어요." "가짜기도?" "기도를 가짜로 하면 안되지. 진짜 기도를 해야지!" "아니 그게 아니고 어른들도 '가짜기도' 하잖아요? 교회에서 밥먹을 때에도 '가짜기도' 하고." 가짜기도라니! 이 무슨 해괴한 말인가! 눈만 감고 떴다가 아멘으로 마무리하는 가짜기도라니! 어른들도 한다는 가짜기도라니! 사실 자초지종은 이러했습니다. 그동안 유치부실.. 2015. 11. 7.
특별한 순간의 조각들을 잇대어 내 생의 마지막 순간이 언제든 기약없이 찾아올 수 있는 것처럼, 만남도, 이별도 미처 생각할 겨를 없이 갑작스럽게 이루어진다는 걸 잊고 있었다. 호랑이 할머니와 큰이모의 죽음에 대한 아릿한 경험은 나로 하여금 의식 차원에서 죽음이라는 단어를 포착하게 했다. 시간과 공간이 멈춰 선 자리에는 하늘도 땅도 어른들의 낯빛도 온통 잿빛으로 변해 있었다. 낮은 곳까지 적막과 슬픔이 지독히 느리게 흐르는 그런 날이었다. 그날들에 대한 기억은 상흔처럼 남아 생의 매 국면마다 비슷하게 되살아났다. 그러나 낯익은 경험의 축적은 통각도 무디게 만들었다. 나는 삶이 끝없는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덤덤히 받아들였다. 오늘처럼 종종 역치를 초과하는 반갑지 않은 아픔을 마주하게 되지만 않는다면. 예정대로라면 혜인이와 찬.. 2015. 10. 18.
경이에 찬 눈으로 저번주 금요일이었다. "이걸 누구한테 말해야하지?" "말하지 마(이)요!" "전도사님~ 저희가 이번주에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갔거든요. 그런데 혜인이가 말을 안들어서 혼을 좀 냈어요. 혜인이 아빠가 '혜인이 너 안되겠다. 최혜인 여기서 내려.'라고 말하고는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졌어요. 그때 찬영이가 갑자기 '너희가 사람의 잘못을 용서하면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도 너희 잘못을 용서하려니와'하고 언제 외웠던 말씀을 읊는 거 아니겠어요? 순간 저희가 할 말을 잃고 멍해져서 혜인이를 혼내지도 못하고 그대로 갔어요. 누구를 칭찬해야하지? 이미옥 선생님? 전도사님?" 부끄러워하는 녀석 얼굴을 보고 있노라니 별 생각이 다 든다. 저 볼을 깨물어 줄까, 머리를 쓰다듬어 줄까. 그때는 아.. 2015. 9.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