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환기305 L 선배 직장 사수는 기름기 없이 담백한 사람이다. 가끔은 지나칠 정도로 과묵하고 예민하지만 타고난 성품 자체가 워낙 온화하고 선량해서 인간미라는 게 감추어지지 않는다. 책임감이 강하고 의협심이 넘치며 마음은 매우 여리고 따뜻한 사람, 그 사람이 내 사수다. 마감기한에 대한 압박 때문에 나날이 파리해져 가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늘 오후에는 모친의 난소암 판정 소식이 그의 귓전을 때렸다. 그는 그길로 하던 업무를 중단하고 대전으로 향했다. 간신히 이야기를 전하던 L 선배의 떨리는 목소리가 잊히지 않는다. 2020. 5. 25. 20.05.22. C 팀장님의 매력 포인트를 어쩌다 발견해버렸다 3층 팀장님들을 남겨둔 채 점심 행렬에 조용히 동참하려 경의선숲길을 걷던 내게 오래지 않아 동행자가 생겼다. 걸음이 빠른 C 팀장님의 추격을 받은 것인데 우리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확신에 차서 프랑스 포차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른 사람들 어디로 갔는지 알아요?" "아니요. 몰라요. 그냥 프랑스 포차로 가보는 길이에요." "아마 프랑스 포차에 있을 거예요." 이게 웬열? 기대했던 일행은 온 데 간 데 없고 테이블은 여유롭게 비어 있었다. 몇 사람이냐고 묻는 친숙한 얼굴의 종업원에게 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해맑게 두 명이라고 외친 순간! "(다소 다급하게) 자... 잠깐만요!" 입구에 멈춰 서 있던 C 팀장님은 자연스러운듯 부자연스럽게 당황한 기색을 감추며 몸을 돌렸다. "다른 분들 어디로 갔는지 물어보는.. 2020. 5. 23. 20.04.27. 환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하는 갓난쟁이처럼. 2020. 5. 11. 20.03.20. Happy birthday to my dear friend, Moeun! 2020. 5. 1. 20.04.16. 나의 첫 따릉이 시승기 안양천-여의도한강공원 2시간 40분 만에 완주하다 독산역 2번 출구 대여소에서 2시간 이용권 구매 후 따릉이 한 대를 영접했다. 겁이 많은 초보 라이더는 독산역에서 안양천까지 따릉이를 끌고 갔더랬다. 불안불안한 예비 주행을 마치고 페달을 밟기 시작했는데 핸들바가 좁아서 그런지 조향도 어려웠고 안정감도 떨어졌다. 주인을 잘못 만난 따릉이는 연신 비틀거리며 곡예하듯 갈지자를 그려댔다. 음주 주행은 절대 아니라는 거. 씽씽이는 왜 또 그렇게 위협적인 건지. T-T 두세 번 정도 넘어지고 자빠진 것 같은데 크게 다친 곳 없이 완주한 게 천만다행이다. 핸들바에 너무 힘을 많이 줘서 다리 보다 팔이 더 아픈 건 안 비밀. 강 바람에 모자 날아갈까 걱정했는데, 시속 5km 미만 주행자에겐 불필요한 걱정이었다. 모자 .. 2020. 4. 17. 내 사랑 하부지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는 모자를 좋아하셔. 격식 있는 자리에 가실 때면 늘 멋스런 모자로 포인트를 주곤 하셨어. 몇 해 전에 커플 아이템으로 모자를 선물해 드렸는데, 정작 나는 할아버지 모자 착용샷을 한 번도 못봤지 뭐야. 오늘 친가 톡방에 올라온 사진인데 오랜만에 뵙는 할아버지 모습이 반가우면서도 가슴이 털썩 내려 앉는 것 같아. 풍채 좋은 우리 할아버지, 너무 핼쑥하게 야위셨어. 2019. 11. 2. 의식의 흐름대로 우리 막둥이 든든해. 언제 이렇게 컸을까? 벌써 스물 다섯이라니! 희맨! 나는 민경이 마음에 든다. 스타트는 네가 끊어라. 누나가 양보할게. 몇 개월 사이에 부쩍 수척해지셨다. 집으로 돌아갈 거라며 재활운동 열심히 하셨다는 할아버지는 정작 집에서는 환자복만 입고 계셨다. 내년 설을 기약할 수 있을까? 전에는 귀로만 들었사온데 이제는 눈으로 뵙나이다. 굴리엘모, 첫 방문! 일말상초? 일병말기 상병초기에 연인과 이별하는 경우가 높다는 군대 은어. 젠장, 못 알아 들었어. 나 이제 정말 옛날 사람! 😂 청년다방이, 홍익돈까스가 광주에도 있더라는! 5시간 만에 서울 도착. 이 와중에 최백호 선생님 음색은 정말! 괜히 우리 할아버지 보고 싶다. 2019. 9. 13. 웬만한 광주행 버스편은 웬만한 광주행 버스편은 거의 매진이라 저녁 9시가 넘어서야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현실'이라 간주했던 치열한 삶의 터전이 마치 '가상'처럼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 덕분에 잠시 중단된 일상에서 오는 해방감을 만끽하며, 때때로 우리 삶에 대한 노력과 수고가 중단된 곳에서 우리 삶의 진정한 필요를 채우시는 하늘 아버지의 역설적인 은혜를 묵상합니다. 제 경우엔 고향에 일 년에 딱 두 번 내려 가는데 이 마저도 귀찮고 부담스러운 마음이 앞서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다가도 자주 만나기 힘든 가족, 친지 모두 둘러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꽃 피우는 명절 아침이 되면, 귀성길의 피로도 잊게 만드는 어떤 희열이 솟아나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 2019. 9. 12. 이전 1 ··· 28 29 30 31 32 33 34 ··· 3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