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의 편린63 말마따나 국화꽃 향기가 참 진합니다 시청광장과 청계천 광장에는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가진 분들이 여기저기서 집회와 발언을 이어갑니다. 법원에서 추모행진이 합법이라는 판결을 받았습니다만, 여기는 광화문사거리. 공권력의 감시아래 학생들과 젊은이들, 아저씨, 아주머니들 함께 계십니다. 이 사회의 총알받이와 총알받이가 대치하고 있습니다. "종로경찰서장입니다.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를 위해서 해산명령을 합니다. 3차 해산명령 후 해산하지 않으면 사법집행의 대상이 됩니다." 아저씨 한 분이 "우리가 너희들 지켜줄게"라고 말씀하십니다. 2008년 어느 날 광화문 사거리. 교보문고에 왔다가 방송에서 보지 못했던 물대포와 주먹만한 돌멩이, 날계란이 날아왔습니다. 경고방송과 사이렌이 울린 후, 말그대로 대포인 물대포를 시민을 향해 쏘아대는 것을 처음으로 눈.. 2014. 5. 3. 위로에 대하여 우리는 누구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이 얼마나 사랑에 서툰 사람인지도 알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누구 한 사람을 위로한다는 것도 상당히 어렵고 힘듭니다. 또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이 얼마나 위로에 서툰 사람인지도 보게 됩니다. 우리는 언제든지 이기적인 사랑을 할 수 있고 이기적인 위로를 할 수 있습니다. 자기만족적인 사랑을 할 수 있고 자기만족적인 위로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제풀에 지쳐 사랑하기를 포기하고, 그러다 제풀에 지쳐 위로하기도 포기합니다. 오늘 느끼는 죄책감을 일시적인 감정과잉으로만 해소해버려서는 안되겠습니다. 그것을 장기적, 지속적, 체계적 관심과 도움으로 전환시켜 우리 몫으로 남겨진 "책임"에 최선을 다하렵니다, 저도... 2014. 4. 28. 화가와 요리사 서대문구 대신동에서 2년 정도 살았으려나? 필름포럼에서 CMCA 10기 졸업작품 시사회 겸 수료식이 있어서 오랜만에 이 동네를 걸어본다. 한남에서 470번 버스를 타면 남산터널을 통과해 금화터널을 넘어온다. 470번, 472번 타고 양재 AT센터로 출퇴근하기도 했고, 중앙극장에 내려 분당에 가는 광역버스를 타기도 했다. 화가와 요리사. J와 종종 가볍게 저녁 식사하러 왔던 가게다. 사장님 손길이 묻어있는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와 작품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음식이 담겨 나오는 예쁜 접시들이 무척 마음에 든다. Ma Vie도 김영태 작가 갤러리 카페다. 사장님 부인이 이대 미대를 나오셔서 모교 앞에 차린 곳이라고 들었다. 지금은 2호점인 상수동 벨라트릭스 37을 운영하시고 Ma Vie는 사장님 누님.. 2014. 2. 8. 내가 내 아버지 집에 있어야 될 줄을 알지 못하셨나이까 아 이건 또 무슨 경우인가! 평소에 안나가던 새벽기도를 큰 맘먹고, 나답지 않게, 나갔다, 엎어지면 코 닿을 데 있는 집 앞 교회로. 경건한 마음으로 어젯밤 나홀로 선물 개봉식을 갖고, 드디어 오늘 새벽, 새 장갑을 착용한 채 외출 감행! 코 끝이 약간 시릴 정도의 상쾌한 공기가 머리를 맑게 깨우는도다. 연습실 가는 길에 사들고 가던 연습복이랑 운동화, 지인한테 갈취한 명품 키홀더, 지인한테 빌린 디지털카메라, 최근에는 그간 설교자료를 모아논 usb 등등 지난 시간 길거리에 흘린 살림살이가 파노라마처럼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수시로 가출하는 이 놈의 정신머리 때문에 긴장 '뽝'하고 장갑에 온 신경을 쏟아 부었다. '아(안도의 한숨), 다 이루었다.' 오늘 하루를 새벽기도로 시작했다는 뿌듯함에 '내친김에 .. 2014. 1. 15. 어렸을 때 피아노를 가르쳐주지 못했던 것이... 면대면으로는 한마디도 제대로 주고받기 힘든 부녀관계입니다. 문자와 카톡은 아버지와의 관계를 돈독히 만들어주는 유용한 수단입니다. 저 무뚝뚝함에서 묻어나오는 아버지 사랑을 저는 충분히 읽어낼수 있지요. 사실 저희 아빠도 딸바보입니다. 어제 교회에서 반주연습을 하면서 녹음한 파일을 아버지께 보내드렸습니다. 8-9시간 연습한 것 같은데 두번째 보내드린 게 조금 더 낫긴하더군요. 그래도 다른 분들은 예의상 생각보다 잘한다고 칭찬해주셨는데 우리 아버지는 잘 들었다고만 하십니다. 피아노 학원 못보내줘서 미안하시답니다.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모르겠네요. 2014년 1월 9일 목요일 오전 6시 54분 카톡 "특새 기간이라 밤에 교회에서 자고 새벽기도를 드리는데 오늘은 밤새 이 곡을 연습했지요. 피아노 반주 연습하고 있.. 2014. 1. 9. 등록포기 대출자 거치지 않고 대졸자 되기 힘들다. 4년 동안 500만 대출받은 것도 감사할 일이다. 작년엔 면접을 포기하고 올해는 등록을 포기했다. 같은 학교를 두번씩이나 입학포기하는 나는 당최 무슨 생각으로 사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다. 나는 460이 없었을 뿐이고 그렇다고 빚에 빚을 더할 생각은 없었을 뿐이고 또 그렇다고 교회를 옮겨 지원을 받아 다닐만큼 가고 싶은 학교도 아니었을 뿐이고. 갑자기 배로 늘어난 중고등부 아이들 감당하기도 벅차다. 그래서 이번에도 입학을 포기했다. 엄마도 나를 포기해줬으면 좋겠다. 심심치않게 들려오는 기적은 내게 일어나지 않았다. 더 험한 길을 가야하는 사람이겠거니, 내 길이 아니겠거니 나를 위로해봤지만 4시를 향해 달려가는 분침은 느려도 너무 느렸다. 씁쓸하긴 하네. 아 참.. 2013. 12. 13. 불필요한 침묵 빈자 곁에, 약자 곁에, 소외된자 곁에 함께 있어주기가 입으로, 펜으로는 참 쉽습니다. 그것 못지않게 불의에 침묵하기, 불의에 동조하기, 불의에 앞장서기 역시 쉽습니다. 우리는 외면함, 망각함, 침묵함으로 빈자 곁에, 약자 곁에, 소외된자 곁에 있는 걸까요? 타인의 고통에 무관심했던 나는 공범입니다. 눈 앞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폭압을 방조한 일인입니다. 2013. 11. 23. 나이듦이 맘에듦은 스무살이었다. 어떤 아주머니가 버스정류장에서 길을 물었다. "아가씨"라는 호칭이 몸에 안맞는 옷처럼 어색했지만 교복을 벗고 주민등록증을 받은 그 순간부터 사실상 나는 더이상 "학생"일 수가 없었다. 내 키는 163cm에서 멈췄다. 스물일곱은 키가 더 자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고 우유를 1L씩 마시지 않아도 되는 나이다(몸무게만이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유일한 숫자다). 헤어스타일이 크게 바뀌지않는 이상 명절에 오랜만에 뵙는 집안 어른들이 몰라보실 일도 없다. 그렇게 익숙해진 이 나이가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걸 느낄 때는, 숫자의 변화보다는 나를 둘러싼 주변 사람들의 변화를 마주할 때이다. 20대 중반을 지나 서른을 바라보면서 내 사회적 나이가 정말이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는 걸 절감한다. .. 2013. 9. 21. 이전 1 ··· 4 5 6 7 8 다음